[사설] 3.8%→3.1%,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왜 이 지경인가

입력 2015-06-25 20:37  

기획재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8%에서 3.1%로 대폭 낮췄다. 한 번에 0.7%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내수가 크게 약화된 데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로 1966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추경을 포함한 재정보강 대책(최대 46조원+α)이 편성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9월 제시했던 올 성장률 목표치가 4.0%였다. 아무리 예상치라고 해도 단기간에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 전망치가 이처럼 급전직하하면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외신인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당초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높았다고 본다. 애초 정부가 지난해 말 3.8%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을 때도 민간연구소 전망치는 3.4~3.6%였다. 국책연구소에서도 높은 성장률 예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지만, 정부가 이런 전망치를 고집했다는 후문도 있다. 정부가 내놓은 4.0% 목표 달성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정부는 이후 부동산 활성화 등 온갖 경기부양책과 재정확장 정책 등으로 전망치를 끌어올리려 했다. 세계 경제가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목표 성장률의 대폭 하락이다. 정부가 시장을 조정하면 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빚어진 당연한 귀결이다.

경기 살린다는 反시장·꼼수 정책도 심각한 문제

그런데도 기재부가 제시한 분야별 대책들에선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발등의 불인 청년 고용대책도 그렇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의 세대 간 상생고용에 대한 지원 외에 대책이라는 게 공공기관 정년연장에 따른 퇴직자 감소분만큼 별도 정원 인정, 기존 교사 명예퇴직 확대, 부처별 청년일자리 사업(연간 1조4000억원 규모) 통폐합 등 기존 일자리 돌려막기가 대부분이다. 일정수 이상의 청년 고용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 정도가 새로울 뿐이다. ‘고용절벽’이 문제라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은 하나도 없다.

관건인 기업투자를 늘리는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연기금, 산업은행, 민간기업 등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10조원 규모의 한국인프라투자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무슨 인프라투자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수출 대책도 관세감면 등을 통한 자본재 수입 활성화 지원이 눈에 띄는 정도다.

반면 시장을 압박하고 가격을 왜곡하는 정책은 수두룩하다. 교과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고, 이미 실패로 판명난 ‘알뜰주유소’를 더 키우며, 건강보험을 확대해 의약품 가격을 내린다고 야단이다. 여기에 햇살론 등 서민금융은 규모를 더 늘리고, 대출금리를 낮춰 이른바 금융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비과세· 감면은 거꾸로 더 늘어날 퓽甄?

이런 식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늘린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과 방향성이 없다. 일자리도, 성장도 기업이 만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기업이 뛰고 시장이 돌아가게 하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판에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말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미 3%대 중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생각은 아예 없다. 오히려 내년 총선 냄새만 풀풀 풍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정책 기조와 경제 철학으로는 대규모 추경을 짜고 재정을 보강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기업의 투자 확대, 성장률 제고, 고용 창출이란 선순환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투자를 늘릴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유보금을 현금으로 간주해 현금을 쌓지 말고 배당과 임금을 더 주라며 유보금 과세를 도입하고, 툭하면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등을 떠미는 상황에선 기업과 시장이 돌아갈 수가 없다. 벌써 노동 등 4대 개혁은 끝났다는 소리가 나온다. 시장을 비틀고 기업을 압박하는 ‘꼼수정책’으론 아무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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