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의제를 설정하는 능력

입력 2015-06-25 20:46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 주도적 의지 잃게 만들어
자신과 세상 향한 목표, 변화 이끄는 인재 성장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kosan@ateamventures.com >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 한국 교육을 비판할 때 종종 들리는 말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과 시험을 통해 양성된 사람들이 새로운 문제 상황에 당면했을 때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정형화된 시험 문제를 주어진 시간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빠르게 답을 써 내려가야 좋은 성적을 얻는 게 국내 교육의 특징이다. 심지어 “수학도 암기과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이 낳는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이 방식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의제를 설정할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된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약 16년의 교육 기간 동안 주어진 문제를 푸는 행위에만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삶의 모든 것이 연속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삶은 그저 주어진 수수께끼만을 풀어가는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이 세상에 태爭뎬? 무한히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자기 삶의 방식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과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시대, 그리고 그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규정하고 목표를 정립해 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주변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자신만의 경계를 넘어 세상을 향한 커다란 논제를 던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창업가 중에서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라는 아젠다를 제시한다. 테슬라 개발을 비롯해 전기차 충전소를 미국 전역에 세우고 있다. 또 태양광에너지 개발을 위해 패널회사 솔라시티에 투자했고, 최근엔 가정용 태양전지를 내놓았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장도 미국 네바다주에 설립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주어진 현실을 잘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할 줄 안다. 제대로 된 의제를 만들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 후세들을 대학 입시와 취업 등 ‘이미 주어진 문제’에 매달려 아등바등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의제를 정립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낼 것인가.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kosan@ateamventure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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