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민·군용 헬기 세계 첫 동시 개발

입력 2015-06-25 21:32  

부품 범용화로 3400억 절감…항공산업 발전 핵심동력 확보

산업부·방위사업청 1조 투자…에어버스헬리콥터와 공동 개발
11만명 고용창출 기대



[ 김순신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계 최초로 민·군용헬기 동시 개발에 나선다. 범용성 있는 부품 개발을 통해 개발비를 줄이고, 민간 헬기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KAI는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소형민수헬기(LCH) 핵심기술개발사업 협약을, 방위사업청과 소형무장헬기(LAH) 체계개발사업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LAH·LCH사업은 민수헬기와 군용헬기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하성용 KAI 사장(사진)은 “한국형전투기(KF-X), LAH·LCH사업을 통해 항공산업 발전의 핵심축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품 공동 개발로 3400억원 절감

산업부와 방사청은 이번 사업에 각각 3500억원, 6500억원을 투자한다. KAI와 국내 협력업체는 2000억원을, 해외 공동 개발업체로 선정된 에어버스 헬리콥터(AH)는 4000억원을 부담한다. 산업부 주도로 민수헬기를 2020년까지 개발하면 방사청이 이를 토대로 발전시켜 무장헬기를 2022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KAI 관계자는 “민·군용헬기 연계개발은 개발 효율성이 높고 민·군 간 기술이전 활성화 등의 장점이 많다”며 “동시 개발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KAI가 민·군헬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발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KAI 관계자는 “LAH와 LCH가 약 62%의 구성품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성품 공동 개발로만 절감되는 비용이 약 34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두 헬기가 서로 구성품을 공유하면 향후 양산가격 및 운용·유지비용 역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더불어 LCH를 통해 세계 민간 헬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국내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헬기인 ‘수리온’ 역시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군용으로 구분돼 민간 헬기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LCH 개발로 2만5000여대 규모인 세계 민간 헬기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AH는 LAH·LCH를 개발한 뒤 KAI가 독점 생산하고 마케팅 활동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AH의 동급 기종인 ‘H155’는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생산이 중단된다.

○23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KAI는 헬기 개발 후 국내외에서 총 1000여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사업 기간 23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11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I 측은 국내에서만 민·관용헬기 150여대를 포함해 400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AH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해외 민수헬기시장에도 원만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동급 헬기시장의 35% 이상을 점유해 LAH 180여대, LCH 420여대 등 600대 이상을 수출한다는 목표다.

LAH·LCH 개발로 인한 낙수 효과도 상당하다. 헬기 개발에 다수의 국내 협력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LAH·LCH 개발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16개 연구소 및 대학과 30여개 이상의 국내 대·중소기업이 참여(LCH 12개, LAH 20여개)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업으로 국내 항공산업 인프라 확대 및 고용창출 등 경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KAI가 수리온 개발의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번 사업도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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