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현 "괜찮아요 엄마! 위로하는 아이가 나에겐 비타민"
홍진주 "후배들 실력 상향평준화…눈높이 낮춰 롱런 목표"
최혜정 "남편의 이해가 큰 힘…슈퍼맘 골퍼 늘었으면"
[ 이관우 기자 ]
“성적이 안 좋으면 맥이 확 풀리다가도 아이 얼굴을 보면 금세 힘이 나요. 가족 자체가 힐링이죠.”
경기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CC에 ‘슈퍼 맘’들이 떴다.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5’ 대회에 출전한 최혜정(31·볼빅) 홍진주(32·대방건설) 안시현(31·골든블루) 프로다. 많아야 20대 초·중반인 팔팔한 후배들에게 치일 법도 하지만 올시즌 투어 상위권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해 ‘골프 맘’을 응원하는 팬이 부쩍 늘었다.
◆안시현, 홀인원 이후 상승세
26일 연습라운드에서 만난 안시현은 팬들의 인사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다. 지난달 홀인원을 앞세워 E1채리티오픈 1라운드 깜짝 선두에 오른 뒤 나타난 변화다. 당시 최종합계 8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치긴 했 嗤?버디 13개, 이글 1개(홀인원)를 뽑아내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여 갤러리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11번의 홀인원을 했지만 한 번도 상품을 탄 적이 없다”며 “이번엔 꼭 마세라티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와 직업골퍼의 ‘1인 2역’을 해내야 하는 그에게 네 살짜리 딸 그레이스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그는 친정어머니가 돌보고 있는 딸과 아침마다 영상통화를 하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안시현은 “성적이 안 좋을 때 아이가 ‘엄마 괜찮아’라고 위로해주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4년 MBC엑스캔버여자오픈 우승컵을 거머쥐며 스타로 떠올랐다. 2004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도 차지했다. 이후 결혼, 출산 등으로 긴 공백기를 보낸 뒤 지난해 국내 투어에 복귀해 올 시즌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1개 대회 가운데 9개에 출전하는 강행군이다. 지난달 홀인원의 행운을 가져다 준 E1채리티오픈 이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어서다. 그는 “빨리 우승해서 양팔에 우승컵과 아기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골프 맘’으로 돌아온 홍진주
174㎝의 큰 키와 우아한 스윙아크로 광팬들을 몰고 다녔던 홍진주도 올 시즌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통해 국내 무대에 다시 섰다. 2013년 4월 투어를 떠났던 그는 지난해 초 아들 은재를 낳고 ‘맹렬 엄마골퍼’로 돌아왔다. 홍진주는 2006년 LPGA대회인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제패한 실력파다. 그는 “오랜만에 립?후배들의 샷이 너무 좋다. 기량이 모두 상향 평준화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올 시즌 아홉 번 출전한 대회에서 여섯 번 커트 탈락해 아직은 예전 실력을 찾지 못한 상태. 우승을 욕심내기보다는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떨어졌던 퍼팅감이 좋아지고 있다”며 “지켜봐달라”고 했다.
2011년 메트라이프-한국경제챔피언십 우승자인 최혜정은 엄마 골퍼 중에서도 가장 바쁘다. 여자프로골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KLPGA선수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어서다. 이번 대회 개막일인 지난 25일에도 참가 선수 전원을 모아 현장 회의를 열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투어 복귀가 가능했다”며 “LPGA처럼 더 많은 선수가 가사와 골프를 병행해 KLPGA 선수층이 두터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살인 딸 서영이가 ‘엄마 오늘도 굿샷 했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힘이 솟는다는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KLPGA투어에서 유일한 골프 맘이었다.
한편 이날 대회 2라운드 결과 세 명의 엄마 골퍼 중 안시현과 홍진주는 각각 1언더파와 이븐파를 쳐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부터 왼팔 근육통을 호소하며 의무실을 찾은 최혜정은 아쉽게 커트 탈락했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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