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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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상의 모습을 만든 건 우리가 이름조차 못 들어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재미 삼아 연구하고, 발명해내고, 뭔가를 개선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이죠.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6가지 혁신을 조명하는 책입니다.
탁월한 과학 저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존슨은 이 책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현대 문명을 만든 위대한 아이디어의 역사를 살핍니다. 이른바 ‘롱 줌(long zoom)' 역사관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혁신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지요.
책에서는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이라는 6가지 부문의 혁신을 소개합니다. 이 혁신의 산물을 소개하면서 테크놀로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나 발전했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추적하고 있지요. 각 분야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부터 시작해서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달라지며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결국 그 아이디어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해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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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균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컴퓨터를 만드는 게 가능했을까요?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컴퓨터칩이 어떤 곳에서 생산되는지 생각해보면 의문이 풀립니다. 컴퓨터칩이 생산되는 청정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사람 몸에서 나오는 피부 세포 등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입자의 발생과 유입이 억제되는 곳이지요. 세균의 발견과 청결과 관련된 부문의 혁신이 없었다면 컴퓨터의 등장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처럼 한 분야의 혁신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혁신을 끌어내는 현상을 가리켜 저자는 ‘벌새효과(hummingbird effect)’라고 지칭합니다. 벌새효과란, 식물이 꿀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그 꿀을 얻기 위해 벌새가 날개 구조를 진화시킨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꿀을 빠는 동안 공중에 떠 있어야 하는 벌새는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꽃 주변을 맴돌 수 있는 비행술을 진화시켰습니다.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셈이지요. 저자는 아이디어와 혁신의 발전 과정에도 이 같은 벌새효과가 적용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사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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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의 맨해튼에는 1만 5,000가구의 공동주택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리스는 이런 처참한 실상을 알리고자 노력했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열악한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사진만이 현실을 그대로 포착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섬광을 이용한 사진술이 개발됐고 리스는 이를 연구하는 데 골몰했습니다. 화약을 이용한 위험한 실험을 계속하며 화재와 실명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생 끝에 마침내 리스는 빈민가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은 찍을 수 있었고 결국 그 사진 한 장이 역사를 바꿨습니다.
리스의 강렬한 사진은 여론을 바꾸는 데 일조하며, 미국 역사에서 사회개혁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리스의 사진이 발표되고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뉴욕 주는 공동주택법을 제정했습니다. 리스의 사진은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고 공장 작업 현장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효과도 거뒀습니다. 그야말로 사진 한 장이 미국에서 사회개혁이 시작되는 발판이 된 것이죠.
누군가 빛이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기술을 처음 발명했을 때 그 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 환경을 변화시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어떤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면 그 이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의외의 결과가 생겨납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와 혁신의 연쇄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셈이지요.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저자 스티븐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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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아 한경BP 편집자 c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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