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다
기사 "기본권 유린" 반발 거세
市, 시행도 못하고 원점 재검토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고질적인 택시 승차 거부를 막겠다며 도입한 개인택시의 심야운행 의무화 방침이 시행도 못한 채 백지화될 처지에 놓였다.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인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다음달 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와 일반시민, 시민단체, 택시조합 및 시 간부가 참석하는 ‘심야시간 택시 운행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를 연다. 시는 토론회에서 심야시간대(밤 12시~오전 2시) 개인택시 운행을 의무화한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 도시교통본부는 지난 2월 심야시간대 운행률이 저조한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의무 운행시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형 택시발전모델’ 계획을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심야시간대에 한 번도 운행하지 않은 개인택시는 1만5261대로, 전체 개인택시 4만9377대 중 30.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부족해 승차 거부가 발생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당시 월별 운행일(20일) 중 심야시간대에 닷새 이하로 운행한 개인택시기사에게 과징금 12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 강제규정을 통해 심야시간대에 5000여대의 택시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방침은 택시업계와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택시 면허권을 쥔 서울시가 택시기사들의 기본권을 유린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개인택시 기사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인데도 안전대책 없이 무작정 심야시간대 운행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는 2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4개월 동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시 내부에서도 개인택시 심야운행 의무화 방침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만 듣고 정책을 발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심야시간대 택시 운행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택시조합이 요구하는 현 할증시간(밤 12시~오전 4시)을 오후 10시~오전 4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승차 거부를 막기 위한 시의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시는 2012년 승차 거부를 막겠다며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운행하는 심야전용택시를 도입했다. 당시 시는 8000여대를 투입해 택시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운행 중인 심야전용택시는 1900여대에 불과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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