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기연수 시험 코앞…영어가 '황금코스' 첫 관문
6개월 전부터 학원 수강…서울 '족집게 학원' 원정도
[ 김재후/강경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의 젊은 관료들이 요즘 한창 영어 ‘열공’ 중이다. 통근버스와 KTX는 물론 사무실, 집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틈만 나면 영어책과 씨름하고 있다. ‘공무원 국외 장기훈련’(해외 연수·유학)을 나가기 위한 영어시험이 1주일 앞(7월4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무원 국외 장기훈련은 통상 공무원이 1~2년씩 미국 등 외국에서 체류하는 장기 연수를 말한다. 보통 7~8년차 사무관이 지원한다. 인기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체류비와 월급도 일부분 나오고 외국 생활도 할 수 있는 기회여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며 “엘리트 코스로 여겨진다”고 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은 1276명에 달한다. 매년 220여명이 다녀온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1295억원이다. 정부가 1인당 1억600만원을 지원한 셈이다.
이런 ‘황금코스’의 첫 관문은 영어다. 작년까지 영어시험 성적 반영 비율이 70%로 높았다. 하지만 업무 대신 영어 공부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부터는 부처별로 영어시험 비중을 다르게 반영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어점수와 조직기여도 등 업무평가 비율을 5 대 5로 정했다. 부처별로 10명 이내에서 합격자를 선발한다. 대개 지원 전부터 행시 기수별로 ‘교통정리’가 되는데도 경쟁률은 평균 3 대 1을 넘는다.
이 때문에 사무관들은 실전영어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된 ‘i-TEPS’ 시험 준비에 길게는 반 년, 짧게는 두어 달 전부터 영어공부에 매달린다. 주로 관련 책을 사서 틈틈이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학원까지 다니는 관료들도 꽤 된다. B부처의 한 사무관은 “족집게라고 소문난 학원이 서울 대치동과 종로에 있다”며 “주말에 학원 수업을 위해 세종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원정을 떠나는 동료도 많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합격자의 30%를 비(非)고시 출신에서 뽑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한 관료는 “그동안 고시 출신이 해외 연수를 독점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재후/강경민 기자 hu@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