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29일~7월3일) 국내 증시는 그리스 악재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호재 사이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파국이 임박한 그리스는 증시를 누르는 요인으로, 추경을 통한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는 증시를 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가 마무리되면서 실적 시즌에 대한 경계 심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 그리스 국민투표 vs 유로그룹 구제금융 연장 거부
지난 주 국내 증시는 주간 기준으로 2.1% 상승했다. 주 초반에는 유럽연합(EU) 긴급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리스 낙관론이 커지면서 상승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메르스와 가뭄 피해 지원을 할 것이란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주 후반 들어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재차 불거졌지만 추경 기대가 이를 누르며 지수는 강보합을 지속했다.
이번 주에는 그리스 악재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달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전까지는 30일로 예정된 구제금융 종료를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이에 대해 성명을 통해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채권단 제안을 명백히 거절한 것"이라며 "그리스 구제금융은 30일 밤 종료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재차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합의가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리스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증시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 요인이다. 지난 1분기와 달리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엔화 약세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이익 모멘텀(동력)이 둔화돼 실적에 따른 증시 민감도가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략적으로 실적 개선 종목군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는 증권, 화학, 유틸리티, 에너지, 은행 업종 등을 눈여겨 보는게 좋다"고 말했다.
◆ 정부, 15조원+α 재정보강…추경은 증시에 긍정적
2년 만에 이루어지는 추경에 대한 기대는 지난 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추경 규모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하반기 경제정책 발표에서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이 언급된만큼 증시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 ?나온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부의 추경 발표 이후 3개월 증시 수익률을 살펴보면 총 11번 중 7번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추경은 증시 반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업종별로는 소매(유통), 자동차, 은행, 비철금속, 철강 등이 11번의 추경 중 8번 증시 수익률을 웃돌았다"며 "특히 소매(유통), 자동차, 은행의 증시 대비 수익률이 5.1%로 양호했던 걸 보면 이들 업종이 추경 이후 상대적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추경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개선이 메르스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보상하는 수준에 불과해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추경이 하반기 증시 이익 개선에 직접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메르스로 인해 실적 부진 우려가 나타날 유통, 호텔, 레저 업종의 이익 전망치에 대한 하방을 지지해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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