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원 강제하는 선심성 법안 발의 봇물

입력 2015-06-28 21:32  

'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농촌지원 등 지자체 몫도
정부 의무조항 슬쩍 삽입
페이고 원칙은 무시



[ 박종필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예산집행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의원입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특정 지역·직군의 사업 예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의 ‘선심성’ 법안들이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출신의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및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부산에 국제영상콘텐츠밸리를 조성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경비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지역구 사업의 국고 지원을 강제하는 법안 발의도 늘고 있다.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전북 정읍)이 이달 초 대표발의한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이모작을 하는 농가를 장려하기 위해 농지 임대료의 50%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했다. 농가 지원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가를 포함하고 있는 시·군·구청 등 지자체의 몫이지만 중앙정부 지원을 의무조항으로 넣었다.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강원 동해 삼척)이 대표발의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국가 지원 조항을 슬쩍 끼워넣었다. 이 법안은 친환경농어업 및 유기식품 육성을 위해 시설·연구기관을 운영할 경우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음 조항에 ‘국가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적시해 사업 지원 주체가 지자체인지 국가인지 명확하지 않게 함으로써 국가의 지원 의무를 강제했다.

대부분의 법안은 ‘페이고(pay-go·법안 제출 때 재원 조달 방안 의무화)’ 원칙에 따른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울릉도·독도 지역 지원 특별법(박명재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 남 울릉), 전직 대법원장 등의 공익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김동철 새정치연합 의원·광주 광산 갑),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개정안(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경기 일산동),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오제세 새정치연합 의원·충북 청주 흥덕 갑) 등도 국고 지원을 강제해 행정부의 예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다보니 정부와 협의해 지원하기보다는 ‘입법’이라는 쉬운 방법을 통해 정부의 예산 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 법안 중에는 지자체 민원 해결 차원의 ‘면피용’이 있는가 하면 예산 배정에 앞서 소관부처와 모종의 ‘딜’을 하기 위한 ‘압박용’ 발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법안을 내놓고 나서 해당 부처 공무원에게 법안 철회를 조건으로 예산 집행 때 신경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늘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입법을 통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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