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 강화로 돌파구 모색
[ 진명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회 일정 ‘보이콧’ 등 강경 입장을 보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딜레마에 빠졌다. 당내 계파 갈등 등 내홍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협상 파트너 격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까지 불투명해져 ‘돌파구 찾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의도는 정쟁에 휩싸여 있다. 야당이 수세를 극복하고 먼저 탈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친박·비박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대여 투쟁 동력 및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기가 쉽잖은 상황이다. 이 원내대표는 “점입가경으로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는 데서 오는 여당발 정쟁 및 계파 간 분쟁이 결코 국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우리 당과도 무관치 않다”며 새누리당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또 “‘거부권 정국’도, 그리고 이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 된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원점 검토’의 의미를 두고 “입법부의 권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미국의 경우 법을 만들면 책 한 권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시행령이 (법안을) 치고 들어올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거부권을 두고 정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달리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청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야당까지 정쟁에 발을 들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부의하면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보이콧’을 풀겠다며 출구도 열어놨다. 그는 “재의에 대해 합의 및 약속이 되면 상임위 등 국회를 정상화할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장외투쟁 방식에 대해선 반대 기류가 강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메르스 가뭄 등이 심각한데 민생 문제가 아닌 국회법 개정안을 들고 장외로 나갔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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