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8번 아이언 '마법'…142야드 샷 이글로 뒤집다

입력 2015-06-29 20:56  

미국 LPGA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 15언더 우승

16번홀 세컨드샷 홀컵 직행…17번홀서도 버디 잡아
퍼트 난조 고생하다 재역전…통산상금 1000만弗 돌파



[ 이관우 기자 ]
“감이 좋아서 막 질렀는데 그게 들어갈 줄은 몰랐어요.”

샷감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아이언샷 임팩트 소리가 달랐다. 공이 헤드 스위트스폿 정중앙에 맞아야 나는 경쾌한 소리다. 29일(한국시간) 미국 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을 제패한 최나연(28·SK텔레콤)은 대회 사흘동안 이 손맛을 제대로 즐겼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샷감을 되찾았다”며 “하반기에는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고맙다, 8번 아이언”

‘그분’이 오신다는 게 이런 날을 두고 하는 말일까. 최나연의 아이언샷은 쳤다 하면 홀컵 근처에 떨어졌다. 18개홀 중 17개홀에서 레귤러 온을 잡았다. 그린적중률 94.4%.

제대로 벼른 아이언은 다소 둔해진 퍼팅을 보완하고도 남았다. 16번홀(파) 이글이 그 정점에 있었다. 142야드 밖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홀컵 1m 앞에 떨어진 뒤 마술처럼 홀컵에 꽂혔다. 갤러리들은 지난 4월 김세영(22·미래에셋)이 롯데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연출한 기적의 샷 이글을 떠올렸다.

최나연의 기적은 또 일어날 뻔했다. 바로 이어진 17번홀(파3)에서 역시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홀컵 25㎝ 앞에 붙었다. 현지 방송 중계진은 ‘홀인원이나 마찬가지’라고 흥분했다. 그는 이 홀에서 탭인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최나연의 아이언샷은 이날만 우연히 잘 맞은 게 아니다. 전날 열린 2라운드에서도 날카로운 아이언샷 덕에 타수를 8타나 줄이고 순식간에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이 대회 36홀 최소타(129타) 기록이자, 9개홀 개인 최저타(6언더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는 “140~145야드 안팎이 나오면 8번 아이언을 꼭 꺼내든다”며 “15년 동안 변하지 않는 거리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골프에 막힌 루이스 막판 ‘눈물’

2타 차 2위로 마지막날을 맞은 디펜딩 챔피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후반 17번홀까지만 해도 역전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멋진 페이드샷을 날려 홀컵 오른쪽 2m 지점에 공을 올려놓은 뒤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지긋지긋한 ‘K골프 공포증’을 떨쳐버리는 듯했다. 루이스는 갤러리들의 박수와 환호를 유도하는 제스처를 선보이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쇼맨십은 최나연이 16, 17번 2개홀에서만 3타를 줄이면서 빛이 바랬다. 10번홀까지 보기 없이 4개의 버디를 잡아 기세를 올린 루이스는 18번홀에서 혼자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루이스는 “오늘은 그(최나연)의 날이다.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한국 선수에게 번번이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만 세 번 했다.

마지막날 8타를 줄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는 공동 6위(11언더파)로 순위를 끌어올려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김세영도 버디 7개, 보기 1개를 묶어 이날만 6타를 줄이며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발동이 너무 늦게 걸렸다. 공동 16위.

○초짜 캐디 쓰고 ‘홀로서기’ 자신감

최나연이 18번홀에서 우승 퍼팅을 밀어넣고 홀아웃을 하자 그의 캐디 셰인 코머(북아일랜드)는 홀 깃발을 기념품으로 챙겼다. 최나연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챙기더라”고 말했다. 코머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최나연과 호흡을 맞춘 초보 캐디다. 최나연은 “이전까지 캐디에게 의존할 때가 많아 초보 캐디로 교체한 건 도전이었다”며 “이번 우승으로 혼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LPGA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은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더해 LPGA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LPGA에서 통산 상금 1000만달러 이상을 번 한국 선수는 박세리, 박인비 등 두 명밖에 없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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