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공시제…기업은 '죄인'이 된다

입력 2015-06-30 22:17  

현장에서

고용부, 기업 고용현황 발표
"비정규직이 불법 아닌데…"
허술한 통계로 '여론재판'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용 현황을 30일 발표했다. ‘A회사의 총 근로자는 몇 명으로, 그중 정규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는 각각 몇 명, 파견·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는 몇 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고용형태 공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2012년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으로 당시 입법 취지는 기업들이 스스로 고용형태를 공개하고 비교하게 해 정규직 채용을 독려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시행 2년째를 맞으면서 입법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불필요한 사회 갈등과 반(反)기업 정서만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고용형태 공시제에는 대상기업 3240곳 중 3233곳이 참여했다. 총 근로자 459만3000명 가운데 직접고용은 367만6000명(80%), 간접고용은 91만8000명(20%)이었다. 직접고용 중에는 정규직(무기계약)이 283만4000명(77.1%), 기간제 84만2000명(22.9%)이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용부는 고용현황 발표에 ‘대기업일수록 간접고용이 많다’ ‘건설업체는 간접고용이 많고 기간제도 많아 고용구조가 취약하다’는 등의 해석까지 내놨다. 개별 기업의 명단도 정부 사이트인 워크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계는 물론 일부 언론 매체도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을 찾아내 ‘여론재판’에 넘기는 데 여념이 없다.

물론 기업이 가급적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좋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대거 뽑아 쓰는 행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별 고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통계적 가치도 있다. 하지만 정책 취지가 실제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감정 규제’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고용관계’에 대한 해석만 봐도 기존에는 ‘사업주가 채용한 근로자’만을 의미했지만, 고용형태공시제에는 사내하도급도 고용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하도급업체인 B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원도급인 C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 즉 비정규직으로 집계된다는 의미다.

또 지나치게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이 있더라도 같은 업종 내에서 비교해야 하지만, 실제 국민이 인식하는 ‘그림’은 ‘D기업은 비정규직이 50%가 넘는다’는 식이다. 업종 특성상 도급이나 기간제 근로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건설·조선업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게다가 자율공시다. 공시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결국 성실하게 신고한 기업들만 욕을 먹는다.

기업들로서는 매년 이맘때?‘이유 없는 죄인’이 되는 형국이다. 한 기업인의 넋두리다. “불법·위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법 테두리 내에서 경영해 왔을 뿐인데, 마치 부도덕한 악덕 업체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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