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그리스의 현재 모습 같지만 실제는 2년전 키프로스의 상황을 다룬 외신 기사의 일부입니다. 경제매체인 마켓플레이스는 디폴트에 직면한 그리스가 키프로스와 경제여건은 다르지만, 몇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 EU에 가입한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2013년 3월 자본통제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뱅크런을 막고 채무상환을 하기 위해 무역대금 결제를 제외한 해외송금 중지와 하루 예금인출 한도를 300유로로 제한한 것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내용은 10만유로 이상 예금은 동결해 부채를 갚는데 사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예금자는 최대 40% 헤어컷(손실부담)을 당하고 대신 은행 주식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EU 역사상 처음 자본통제를 실시한 대가로 키프로스는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사이시트’(Cyxit·키프로스의 유로존탈퇴) 위기에서도 벗어났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마켓플레이스는 키프로스 사례의 첫번째 교훈으로 유로존에 남아 있는다고 해서 경제난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키프로스는 여전히 실업률이 15%에 달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습니다.
두번째 교훈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채권단, 특히 IMF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찰스 모빗 IHS 이코노미스트는 “IMF와 협력하는 것이 키프로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며 “키프로스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키프로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분기별 GDP성장률은 마이너스에 그쳤지만 조금씩 회복된 끝에 올 1분기에는 간신히 0.2%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키프로스의 경제가 여전히 위태롭다는 것입니다. 미국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마크 와이스브로트 공동소장은 “실업자들은 넘쳐나고 있으며, 자영업을 비롯한 많은 비즈니스들이 파산하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경제난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MF 체제에 남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설명입니다.
세번째 교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통제를 통해 필요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빗 교수와 와이스보로트 소장도 이러한 자본통제 이점을 그리스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수는 그리스인들이 키프로스 국민들처럼 이 같은 자본통제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게다가 키프로스의 자본통제조치는 지난 4월에 끝났습니다. 정상을 되찾는데 2년이 넘게 걸린 것입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바닥난 외환보유액을 채워넣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일로 IMF와 월가가 한국을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들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樗洋求?일화입니다. 과연 그리스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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