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와 리더십

입력 2015-07-03 07:00  

경영학 카페

조직 만들고 명칭만 바꾸는 하드웨어적 접근은 소용없어
형식보단 실질적인 운영이 중요…리더십은 팔로어에 의해 완성



생경하기만 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생활의 일부가 된 지 달포 넘게 지났다. 확진자 수는 200명을 향하고 사망자도 30명을 넘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고, 국격은 떨어졌으며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이상이 됐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출범한 정부는 가장 먼저 기존 ‘행정안전부’라는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꿔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작년 4월 세월호 참사로 300여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다. 그러자 해난구조 책임 조직인 해양경찰을 해체했다. 대신 국가적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종합적이고 신속한 재난안전 대응 및 수습 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국민안전처’를 설립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국민 안전’이란 단어가 무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강조하고, 조직 명칭도 다듬고, 새로운 조직도 설치하고, 시스템도 갖췄다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10여년 전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그것이다. 사스의 전염력은 지금의 메르스보다 훨씬 강했다. 세계적으로 8400여명이 감염돼 800여명이 사망한 소위 창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안전을 우선한다는 안전행정부라는 이름을 가진 중앙부처도, 국민안전처도 없었는데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지금은 국가안전처가 있고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 안전의 비극적 경험도 갖고 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정책이라고 강조한 정부도 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조직의 존재 유무나 조직의 명칭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리더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이라는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즉 리더십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명징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는 때에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수장은 통제를 잘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보 부족으로 공포심이 커진 국민에게 법무부 수장 역할을 하던 최고위급 인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한다는 엄포를 놓았다. 국가적 재난안전 사고가 날 때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국민안전처 수장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서도 질병관리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자신들이 지휘한다고 잘 될 것 같으냐며 역정을 냈다. 국정최고책임자는 사태 발생 6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고, 국민에게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라면서 시장에 들러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고 홍보했다.

국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리더로서 자신들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모양새다. 하지만 리더십은 리더 자신들의 인식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팔로어의 존재가 전제가 된다. 팔로어가 없으면 리더도 없다. 따라서 리더십은 팔로어의 인식과 행동으로 완성된다. 지금 대부분 국민(팔로어)이 이번 사태는 잘못된 리더십 혹은 리더십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반복해서 강조한다. 자신들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고.

믿지 못하는 리더를 충심으로 따르는 팔로어는 없다. 협조하라고 강조해도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팔로어가 행동하지 않으면 리더십은 한계를 맞는다. 팔로어의 인식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고, 목적을 성취하지 못한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또 조직을 운운한다. 벌써부터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으로 보건부와 복지부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직의 유무나 조직의 명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기업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도 특정 사안을 우선한다고 정책만 표방하고, 조직을 만들고,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하드웨어적인 접근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운영 리더십이 더 중요하고, 그것은 팔로어들의 인식과 자발적인 행동으로 실현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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