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7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강수’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우선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올 3분기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주가 폭락과 경기 하강 압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강세장 위해 ‘초강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1년 만기 위안화 대출과 예금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연 5.10%에서 4.85%로, 예금 기준금리는 연 2.25%에서 2.00%로 낮아졌다. 지난 5월11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낮춘 것이다.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다.
인민은행은 또 농업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도시 상업은행과 농촌 지역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내리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시중에 7000억위안(약 126조원) 정도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인민은행의 이같은 ‘깜짝 조치’는 실물경기 회복과 주식시장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2일 5166.34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 2주간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6일 하락 폭은 7.40%로 2008년 6월10일(-7.73%) 이후 약 7년 만에 최대였다. 2주간 하락 폭만 20%에 달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른바 ‘검은 금요일’ 이후 월요일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선수를 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급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직·간접적으로 증시를 부양하고 있다. 은행 대출에 편중된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다양화하고 정부가 갖고 있는 국유기업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증시 활황세는 필요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1987년 10월19일 ‘검은 월요일’ 직후 은행들에 대출을 지속해줄 것을 독려했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경기 하강 막으려 ‘무제한 돈 풀기’
실물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의 실물경기는 지난 5월 들어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5.9%였던 산업생산 증가율이 5월에는 6.1%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역시 소폭(10.0%→10.1%)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연초 목표로 내건 7.0% 전후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장 지난 1분기 7.0%였던 경제 성장률이 2분기에는 6%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6.4%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국가정보센터도 최근 2분기 경제 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부동산 경기 하강에 생산시설 과잉, 지방정부의 과중한 채무까지 겹쳐 목표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돈줄을 풀어 실물 경제를 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효과가 한계에 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작년 11월에 이어 올 3월과 5월에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렸다. 성장 불씨를 살리지는 못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소비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8개월간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물가상승률은 1%대에 그쳤다. 수출은 지난 3월부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오히려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만 돈이 몰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신호가 분명하지 않으면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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