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세 시대 과학, 여성 소프트파워에 달렸다

입력 2015-07-03 20:30  

"섬세함·협업 요구하는 생명과학
여성의 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우수 여성과학자 육성 뒷받침을"

이종은 <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



얼마 전 “나는 남성우월주의자다. 여성과학자들은 실험실에 있으면 남성과학자와 사랑에 빠지고 비판하면 울기만 한다”고 여성을 비하해 물의를 빚은 영국의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결국 대학 명예교수직을 사임한 해프닝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의 이런 발언은 동료 남성과학자조차 여성과학자에 대해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세계 여성과학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과학자 중 여성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학생들의 이공계 대학 기피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며, 전체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비율은 약 17%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 과학자들이 남성과는 다른 여성만의 강점으로 감성과 직관, 협조와 조화 성향으로부터 얻은 통찰과 관점을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융복합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인문·사회학, 예술로까지 과학기술의 융합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여성 과학기술 인력은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과학기술자의 존재는 과학기술이 더욱 창의적이고 풍성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여성 과학인력 확대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커지면서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실험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실제 연구진행에 이르기까지 섬세함과 협업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여성이 가진 특유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해 여성 과학인력에 대한 수요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에 대한 오랜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여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인해 아직 국내 여성 과학인력의 활용률은 대단히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수 여성과학자 양성을 위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까. 과학 분야는 남성에게 유리한 학문이라는 사회 전반에 퍼진 편견부터 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업에서 과학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 여성과학자들의 우수한 성과를 널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여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는 거부감이 없어질 것이고 여성과학자를 꿈꿀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다져질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여성과학자를 비롯해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업에서도 우수한 여성과학자 薩셈?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14회째 진행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이 대표적 사례다. 이 상은 국내 생명과학분야에서 학술활동 및 연구업적이 탁월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여성과학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지난 14년간 57명의 여성과학자를 지원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활동영역 또한 광범위해지면서 우수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과학계도 마찬가지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우수한 여성과학자들에게 다양한 연구 지원이 이뤄지고 적극적인 여성과학자 육성정책이 자리잡힌다면 미래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 여성과학자의 이름이 올라가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꿈나무들이 여성과학자를 꿈꾸고, 여성과학자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속에서 한국 여성과학자들이 우수성을 발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종은 <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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