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찍어내기' 질문에 "비약 있다"
야당 의원들 공세 이어지자
유승민 "대통령에 예의 갖춰달라"
[ 조수영 기자 ]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해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운영위는 2014년도 청와대 회계 결산을 위해 소집됐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청와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거 의원 시절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던 박 대통령의 영상을 공개하며 “의원 신분일 때와 대통령이시면서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이 실장은 “대통령도 당연히 헌법에 보장된 거부권이 있다”며 “(국회) 무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또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여권 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부좌현 의원의 질문에는 “공무원연금개혁법안만 통과되고 지나갔더라면 이런 여러 여파는 없었을 텐데 국회법(까지) 통과되고 정부가 판단하기에 위헌 소지가 있어 국회에 돌려드리면서 문제가 확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려 한다는 질문에는 “조금 비약이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이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3인방’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제든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고, 무슨 보고든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강공을 펼치자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하는 등 청와대를 적극 방어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은 운영위 출석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잠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인사말 정도 나눴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대표해서 말할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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