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되살아난 전통시장] 오렌지스토리, 카페 같은 인테리어·퓨전 분식메뉴…학생·직장인 줄지어 기다려

입력 2015-07-0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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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신시장 인기점포


[ 강창동 기자 ] 서남신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오렌지스토리. 분식집같지 않은 세련된 이름의 간판이 눈길을 붙잡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인테리어와 메뉴 등에서도 전통시장의 우중충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멋스러움이 전해진다.

점심시간을 맞은 66㎡ 남짓한 오렌지스토리는 15개 테이블이 꽉 차 빈 자리가 없었다. 입구에는 대기 중인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웅성거리고 있었다.

오렌지스토리는 서남신시장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핵점포’의 하나다. 전통시장을 방문할 일이 별로 없는 직장인과 학생까지 단골로 확보한 경쟁력의 원천은 맛깔스러운 메뉴다.

점주 이건아 사장(47·사진)은 장사 경력 23년의 베테랑이다. 식당을 운영한 어머니 일을 어릴 때부터 도우며 손맛을 익혔다. 1996년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면서는 맛깔스러운 소스를 만들기 위해 일대에서 손꼽히던 장인을 열흘 졸라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 사장은 “대구 성당시장에서 ‘대발이 분식점’이란 간판으로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 갈 틈이 없을 만큼 대박이 났다”고 회상했다.

2003년에는 대구에서 가장 중심인 동성로에 2호점을 냈다. 이때 지은 상호가 ‘오렌지스토리’다. 재료가 동나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인기 행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660㎡ 규모의 카페 가맹점을 열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먹튀’ 가맹본부를 만난 것이다. 10여년간 번 돈이 바닥을 드러냈다.

서남신시장의 오렌지스토리는 이 사장이 재기를 위해 낸 매장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퓨전카페 스타일로 고치고,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분식점을 구상했다.

매일 새벽 6시에 가게에 나가 메뉴 개발에 땀을 흘렸다. 맛있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1020세대들은 퓨전식으로 나오는 떡볶이 돈가스 쫄면의 맛에 반응했다. 점심때는 인근 직장인이 무리 지어 김밥 비빔밥 돈가스 등을 먹고 갔다. 늦은 오후가 되면 장 보러 나온 주부와 할머니들이 칼국수나 수제비로 입맛을 다셨다.

이 사장은 “상인회와 함께 청년들을 모아 조리와 점포경영을 교육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구상 중” 이라고 말했다.

대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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