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락 IT과학부 기자) 최근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이스라엘 제1의 경제도시 텔아비브에 다녀왔습니다. 떠나기 전 이스라엘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 ‘창업국가’라는 책이 눈에 띄더군요. 창업국가는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2010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책인데요.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한 책으로 유명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윤 원장께 직접 얘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출장 중 기사로 다 풀어내지 못한 윤 원장이 말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윤 원장은 “이스라엘에 창업 열풍이 불고 글로벌 회사들이 많은 것은 역설적으로 ‘부족함’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이스라엘은 비가 1년에 400㎜밖에 안 내린다고 합니다. 최근 30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입니다. 한국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되네요. 이른바 ‘중동’ 국가임에도 석유도 안 나오는 자원 빈국입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이스라엘 국민들 머릿속엔 ‘도전’이란 정신이 항상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히브리어로 ‘후츠파’ 정신인데요. 후츠파는 우리말로 하면 당돌함, 뻔뻔함, 들이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됐다고 하네요.
또 이스라엘은 ‘탈무드’로 잘 알려진 유대인만의 교육 문화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배워야 한다는 DNA가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설명입니다.
결정적으로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발돋움시킨 것은 1990년대부터 시작한 민관 합작의 벤처캐피털 육성 프로젝트 덕분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 벤처캐피털과 함께 히브리어로 ‘창의·독창’이란 뜻을 담은 요즈마펀드를 1993년부터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했습니다. 그 결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 크기의 작은 나라입니다. 주위 아랍국가와 분쟁으로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가지도 못합니다. 섬나라가 아니면서도 섬나라 처럼 고립돼 있는 나라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인터넷이란 게 생겨난 이후부터는 폭발적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됐다고 합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으니 마음껏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스라엘은 보안산업이 강한 것도 특징입니다. 군대에서부터 보안 교육이 철저하고, 특수부대인 ‘유닛8200’과 같은 곳은 사이버보안 전문가를 배출하는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표 보안기업인 체크포인트의 창업가 길 슈웨드도 이 부대 출신이라고 합니다. 같은 부대원들끼리 창업하는 사례도 매우 많다는데요. 심지어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처럼 ‘군대 입대 경쟁’도 치열하다고 爛求?
윤 원장은 무엇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이스라엘의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번 창업에 실패했다고 낙인 찍는 분위기도 없고, 창업자들은 실패해도 또 일어나 창업하는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이른바 ‘연쇄 창업가’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저도 이번 출장을 통해 윤 원장의 말하는 이스라엘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이스라엘에 가신다면 공항은 다소 불편할 겁니다. 아랍국가와의 분쟁 탓인지 보안검사가 정말 철저해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제 여권에 찍힌 다른 나라 스탬프를 하나하나 보면서 수많은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거라고 합니다. (끝)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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