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시너지 효과 높일 수 있게
관광 인프라 좋은 곳을 주목해야
신현한 < 연세대 교수·경영학 >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에 대한 논란이 자주 등장한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면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 경기가 부양되고,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분수효과는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면 소비 증대를 통해 생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부양된다는 이론이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결과 발표가 목전에 다가왔다. 정부가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새로 허가하려는 목적은 면세점 유치를 통해 관광객을 더 불러들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기업 두 곳에 신규 면세점을 허가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수효과보다는 낙수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원하는 낙수효과는 일단 면세점 유치로 관광객을 얼마나 더 끌어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선 어느 蓚汰?더 큰 면세점을 신설하고, 어떤 입지가 면세점 유치에 따른 관광객 추가 집객효과가 클 것인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면세점 규모는 사업계획서에 나와 있는 정량적 평가이기 때문에 판단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관광객 추가 모객효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모른다.
그래도 유추해 보자면 관광객은 많은데 면세점이 없는 지역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 관광객이 이미 많다는 것은 먹거리와 볼거리, 숙소 등 관광인프라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살 거리까지 추가시키면 관광객이 훨씬 늘어나리란 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반대로 관광객 수가 적은 지역은 관광인프라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 곳에 면세점을 하나 유치한다고 해서 갑자기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얻고자 하는 효과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도 있다. 특히 대기업 역할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면세점 유치와 함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해당 지역에 투자하면 그 지역 관광자원이 풍부해지고, 이를 통해 관광객이 더욱 늘어나 그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대기업들의 면세점 사업계획서에서는 두 가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첫째, 어느 곳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클 것인가다. 모든 후보지역이 서울 시내에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역별 상대적 명암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둘째, 어느 기업이 지역 경제 발전전략을 가장 구체화시켜 명시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단순 기부로는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고, 그로 인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등을 세세하게 밝히고 있는 회사가 어디인지 찾아야 한다.
사회공헌에서도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추가 허가를 고시하면서 “가장 최근의 사회공헌 활동까지도 포함시키겠다”고 한 뒤 많은 대기업들의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이 갑작스럽게 증가했다. 그러나 사회공헌 활동은 그런 활동이 기업문화의 DNA로서 체화돼 있어야 실행할 수 있다. 시내면세점 추가 허가 훨씬 이전부터 무엇을 해 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신현한 < 연세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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