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SS 보고서 정면 반박] 삼성 "ISS보고서 앞뒤 안맞아…국내법상 불가능한 합병비율 제시"

입력 2015-07-05 20:57  

불발땐 주가급락한다며 합병 반대 권고
합병법인은 지주사…프리미엄 고려 안해
시너지 효과 무시…주주들에게 혼란만



[ 주용석 기자 ]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기관투자가 서비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은 5일 발표한 ‘ISS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통해 “지난 3일 공개된 ISS 보고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주장은 모순덩어리며, 따라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주장이다. 그런 만큼 삼성물산 주주들도 ISS 주장의 허구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삼성은 밝혔다.


“1 대 0.95는 국내 법상 불가능”

삼성은 우선 ISS의 삼성물산 주가 전망과 합병 반대 권고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ISS는 합병이 불발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22.6%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객관적인 설명 없이 미래 특정 시점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합병 반대 권고를 냈다”며 “무책임한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ISS의 합병 비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ISS는 지난 3일 “비록 한국 법률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하더라도 1 대 0.35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 비율이 최소 1 대 0.95주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은 “ISS는 합병 비율이 한국 법 규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라면서도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1 대 0.95라는 비율은 법 규정대로라면 절대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 흐름을 따져봐도 양사 합병 비율은 1 대 0.44를 넘은 적이 없다는 분석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합병 법인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ISS가 너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주가가 15% 가까이 상승한 데 대해 ISS가 시장이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합병법인 미래성장성도 저평가”

삼성은 “ISS 보고서가 객관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해 주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예컨대 제일모직이 보유한 바이오 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선 7조5000억원으로 평가하는 데 비해 ISS는 1조5000억원의 가치만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ISS 보고서에선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인데도 ISS가 이런 프리미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또 두 회사가 합병 후 배당 확대, 거버넌스위원회(주주권익위원회) 등 국내 기업으로선 파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 측은 특히 “ISS 보고서에는 이번 합병과 무관한 회사 명칭이 등장하며 주요 대주주의 영문 표기가 세 번이나 각각 다르게 표기되는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 같은 반박이 국내외 주주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삼성물산 외국인 주주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7.12%) 외에도 26.78%나 된다. 삼성 대주주 측 지분(13.82%)과 우군인 KCC(5.96%)를 뺀 국내 주주도 46.32%에 달한다. 이들이 이번 ISS 보고서와 삼성의 반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주총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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