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신 기자 ]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 본점 건물에서 회사와 노동조합 간 ‘플래카드 공방(攻防)’이 벌어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점 외벽에 ‘외환은행 직원들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지지합니다’는 문구가 담긴 대형 플래카드(사진)를 내걸었다. 명의는 ‘직원일동’으로 돼 있다.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힌 본점 부서와 영업점 40곳의 명칭도 포함돼 있다.
이 플래카드는 투자금융부, 종금영업부, 영업기획부, 부동산금융부, 강남역지점, 남대문지점 등 40곳의 부서·지점에서 은행 내 인트라넷에 올린 조기합병 지지 글을 근거로 제작됐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각각 “법원이 통합에 우호적인 결정을 내렸고, 금융위원회도 통합예비인가 신청 시 이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며 “조기통합을 거스를 수 없게 된 상황이지만 노조는 명분 없는 투쟁에 집착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잇달아 인트라넷에 게재했다.
또 “직원들이 바라는 것은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지 그저 믿고 단결해 牝遮?모호한 입장이 아니다”며 “대화를 통해 내줄 것은 내주고 취할 것은 취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노조의 역할”이라고 촉구했다. 법원과 금융당국 등 외부 환경이 조기통합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통합을 이뤄야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유지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외환은행은 설명했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사측 플래카드가 보이는 건물 입구 쪽에 ‘한국외환은행 직원일동’ 명의로 또 다른 플래카드를 내걸며 맞대응했다. 플래카드에는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진심으로 조기통합을 지지할까요? 사측의 강압과 회유가 없다면’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사측 강압에 못 이겨 조기통합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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