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노약자·장애인 배제" 비판도
[ 김동현 기자 ] 대학생 박모씨(23)는 경찰청에서 제작한 ‘112 긴급신고’ 애플리케이션(앱·사진)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려다 포기했다. 앱을 다운받아 사용자 정보란에 ‘남자, 23세’로 입력하자 ‘현재 20세 이상 남성은 이용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뜨며 입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 근처에 가로등이 부족한 골목길에 있어 불안한 마음에 설치하려 했는데 허탈하다”며 “골목길 범죄는 남자도 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청의 ‘112 긴급신고’ 앱이 성인 남성의 사용을 차단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음성신고가 어려운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011년 서울지역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112 긴급신고’ 앱을 배포했다.
이 앱을 설치하고 ‘긴급 신고하기’ 버튼을 3초 이상 누르면 신고자의 위치정보와 입력해 둔 개인정보가 112신고센터로 전송돼 경찰이 출동한다. 일부 스마트폰은 외부 음량 버튼만 눌러도 신고할 수 있다. 2013년에는 앱 사용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이때 여성도 사용 대상에 추가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앱을 통한 신고건수는 2013년 1만6210건에서 2014년 2만146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20세 이상 남성은 이 앱을 사용할 수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작 단계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었다”며 “이미 스마트폰 오작동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많아 앞으로도 남성을 사용 대상에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앱 사용자 리뷰에는 이 같은 설정이 불합리하다는 남성 사용자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남성 중에서 노약자와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약취·유인 및 체포·감금 등을 포함한 전국 강력사건 피해자(2013년 기준·23만5315명)의 남성 비중은 59.5%(14만15명)에 달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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