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홍보대행사 JOB콘서트
신입 홍보기획자(AE)의 세계
[ 공태윤 기자 ]
“‘홍보회사? 뭐하는 곳이야?’ 홍보대행사에 입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회사 이름을 말하면 ‘어디라고?’라는 속쓰린 대답만 돌아올 뿐. 일은 일대로 힘든데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알아주지 않을 때도 있죠. 일부 동료는 홍보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포기합니다. 속상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당당히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홍보의 중요성을 전파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이 일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소중한지 분명히 알아줄 때가 오리라 확신합니다.”
홍보대행사 피알원의 조남윤 홍보기획자(AE)의 말에 객석 곳곳에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홍보대행사 잡콘서트’에서다. 이날 잡콘서트에는 프레인글로벌, 피알원, 미디컴, KPR 등 국내 최대 홍보대행사 네 곳의 신입 AE들이 참석해 입사과정과 선배로서 입사 팁을 전했다.
PR인턴의 다짐 “I’ll be back”
“저는 매달 여성잡지를 정기구독하고 문화센터에서 요리와 양초 만들기를 배웁니다. 최근엔 가구 DIY에 도전하고 있어요.” KPR 신입사원 문동환 씨(28)의 말에 순간 잡콘서트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문씨는 “제가 맡은 소비재PR 타깃이 3040주부”라며 “자신과 정반대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려면 무관심했던 분야에도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홍보학과 출신인 문씨는 대학 3학년 때 인턴활동을 통해 KPR과 인연을 맺었다. 인턴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밤새 제안서 작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청난 양의 프로모션 제작물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면 회의실이 택배 물류센터가 될 만큼 물건 포장작업을 해야 했어요. 여기에 소비자에게 안내전화를 하느라 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해야 했지요.”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문씨는 “글로벌 역량과 체력을 쌓은 뒤 다시 PR업계로 돌아오겠다(I’ll be back PR)”는 다짐을 했다. KPR 정직원이 된 문씨는 PR인을 꿈꾸는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PR은 텍스트와의 전쟁입니다. 평소 블로그,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세요. 입사 후 귀에 속속 박히는 매력적인 문구로 칭찬 듣는 날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홍보기획자의 기본 자질은 ‘논리적 글쓰기’
현소영 미디컴 AE(25)는 미디컴 입사과정을 경험과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포토샵, 어 僅【? 자격증 등 스펙이 서류전형 합격에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순한 스펙보다는 협업할 줄 알고 끈기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만의 경험에 비춰 어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컴의 실무면접엔 국장과 팀장들이 참여한다. 현씨는 “팀워크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감능력, 상황 판단력을 지닌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가장 크게 혼난 경험과 살면서 가장 큰 일탈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2차 임원면접은 난감한 질문에 대한 대처 능력을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답보다는 순간적인 논리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 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각각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평소 신문, 잡지를 보면서 다양한 시각을 키워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입사 마지막 관문인 논술시험에 대해 “홍보회사에서 웬 논술이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AE들의 일상은 논리를 통한 설득의 연속”이라며 “논리적 글쓰기는 AE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홍보기획자의 3가지 역량은 ‘체력, 경험, 트렌드’
피알원의 조남윤 씨(31)는 PR AE의 세 가지 역량으로 ‘체력, 경험, 트렌드’를 꼽았다. “AE는 체력과의 싸움이에요. 업무량과 강도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는지 고민한 뒤 지원하세요.”
조씨는 고객사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홍보AE는 어떨 땐 기획자, 기자, 디자이너도 돼야 하고 때론 모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생 때 전시박람회 행사를 기획한 경험이 입사 후 여러 행사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됐고, 또 책을 만들어본 경험을 통해 페이지 구성, 종이선택, 인쇄 용어 등 고객사의 사보제작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며 친구와 다녀온 맛집도 기자와의 미팅 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해보고 시도해 볼 것을 주문했다. 피알원은 면접때 자기소개서 PT가 있다. 조씨는 “PR관련 공모전이나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했던 경험이 있다면 기획·실행·성과 등 단계별로 자신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는지,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입사 3년 만에 과장 승진한 프레인의 ‘루키’
프레인글로벌의 김지수 씨(29)는 입사 첫해에 최고 신입사원에게 주는 ‘루키’상을 받았다. 그리고 입사 3년 만에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비결이 뭘까. 김씨가 입사 후 처음 맡은 일은 골프업체 테일러메이드의 신상품을 언론매체에 노출하는 일이었다. 그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테일러메이드 스키점프 이벤트’를 기획해 KBS, SBS방송에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날 이 프로젝트를 만든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홍보AE의 업무를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해 교황 방한 때는 바티칸 기자단과 함께 교황의 근접 취재업무를 맡기도 했다. 김씨는 지원 양식이 없는 프레인의 채용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특별한 양식이 없기에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왜 PR을 해야만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온라인PR 업무를 맡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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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홍보기획자(AE)의 세계
[ 공태윤 기자 ]
“‘홍보회사? 뭐하는 곳이야?’ 홍보대행사에 입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회사 이름을 말하면 ‘어디라고?’라는 속쓰린 대답만 돌아올 뿐. 일은 일대로 힘든데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알아주지 않을 때도 있죠. 일부 동료는 홍보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포기합니다. 속상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당당히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홍보의 중요성을 전파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이 일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소중한지 분명히 알아줄 때가 오리라 확신합니다.”
홍보대행사 피알원의 조남윤 홍보기획자(AE)의 말에 객석 곳곳에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홍보대행사 잡콘서트’에서다. 이날 잡콘서트에는 프레인글로벌, 피알원, 미디컴, KPR 등 국내 최대 홍보대행사 네 곳의 신입 AE들이 참석해 입사과정과 선배로서 입사 팁을 전했다.
PR인턴의 다짐 “I’ll be back”
“저는 매달 여성잡지를 정기구독하고 문화센터에서 요리와 양초 만들기를 배웁니다. 최근엔 가구 DIY에 도전하고 있어요.” KPR 신입사원 문동환 씨(28)의 말에 순간 잡콘서트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문씨는 “제가 맡은 소비재PR 타깃이 3040주부”라며 “자신과 정반대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려면 무관심했던 분야에도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홍보학과 출신인 문씨는 대학 3학년 때 인턴활동을 통해 KPR과 인연을 맺었다. 인턴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밤새 제안서 작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청난 양의 프로모션 제작물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면 회의실이 택배 물류센터가 될 만큼 물건 포장작업을 해야 했어요. 여기에 소비자에게 안내전화를 하느라 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해야 했지요.”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문씨는 “글로벌 역량과 체력을 쌓은 뒤 다시 PR업계로 돌아오겠다(I’ll be back PR)”는 다짐을 했다. KPR 정직원이 된 문씨는 PR인을 꿈꾸는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PR은 텍스트와의 전쟁입니다. 평소 블로그,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세요. 입사 후 귀에 속속 박히는 매력적인 문구로 칭찬 듣는 날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홍보기획자의 기본 자질은 ‘논리적 글쓰기’
현소영 미디컴 AE(25)는 미디컴 입사과정을 경험과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포토샵, 어 僅【? 자격증 등 스펙이 서류전형 합격에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순한 스펙보다는 협업할 줄 알고 끈기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만의 경험에 비춰 어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컴의 실무면접엔 국장과 팀장들이 참여한다. 현씨는 “팀워크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감능력, 상황 판단력을 지닌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가장 크게 혼난 경험과 살면서 가장 큰 일탈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2차 임원면접은 난감한 질문에 대한 대처 능력을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답보다는 순간적인 논리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 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각각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평소 신문, 잡지를 보면서 다양한 시각을 키워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입사 마지막 관문인 논술시험에 대해 “홍보회사에서 웬 논술이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AE들의 일상은 논리를 통한 설득의 연속”이라며 “논리적 글쓰기는 AE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홍보기획자의 3가지 역량은 ‘체력, 경험, 트렌드’
피알원의 조남윤 씨(31)는 PR AE의 세 가지 역량으로 ‘체력, 경험, 트렌드’를 꼽았다. “AE는 체력과의 싸움이에요. 업무량과 강도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는지 고민한 뒤 지원하세요.”
조씨는 고객사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홍보AE는 어떨 땐 기획자, 기자, 디자이너도 돼야 하고 때론 모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생 때 전시박람회 행사를 기획한 경험이 입사 후 여러 행사를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됐고, 또 책을 만들어본 경험을 통해 페이지 구성, 종이선택, 인쇄 용어 등 고객사의 사보제작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며 친구와 다녀온 맛집도 기자와의 미팅 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해보고 시도해 볼 것을 주문했다. 피알원은 면접때 자기소개서 PT가 있다. 조씨는 “PR관련 공모전이나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했던 경험이 있다면 기획·실행·성과 등 단계별로 자신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는지,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입사 3년 만에 과장 승진한 프레인의 ‘루키’
프레인글로벌의 김지수 씨(29)는 입사 첫해에 최고 신입사원에게 주는 ‘루키’상을 받았다. 그리고 입사 3년 만에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비결이 뭘까. 김씨가 입사 후 처음 맡은 일은 골프업체 테일러메이드의 신상품을 언론매체에 노출하는 일이었다. 그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테일러메이드 스키점프 이벤트’를 기획해 KBS, SBS방송에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날 이 프로젝트를 만든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홍보AE의 업무를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해 교황 방한 때는 바티칸 기자단과 함께 교황의 근접 취재업무를 맡기도 했다. 김씨는 지원 양식이 없는 프레인의 채용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특별한 양식이 없기에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왜 PR을 해야만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온라인PR 업무를 맡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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