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응하면 '그렉시트 초래' 비난 직면
[ 이심기 기자 ] 5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국민투표가 채권단 구제금융안에 대한 반대로 결론이 나면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스와 협상 재개를 결정할 경우 메르켈 총리가 자국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리스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붙들어두거나 기존의 강력한 긴축안을 그대로 밀어붙여 그리스 정부를 압박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할 경우 메르켈 총리가 자국 내 정치적 반발과 2010년 유로존 위기 발생 이후 유지해온 엄격한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존 긴축안을 고수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불러오면서 독일이 중심이 된 유로존이 정치적·경제적 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독일은 그동안 유로존을 이끌면서 재정난을 겪는 국가들에 긴급 자 鳧?지원해주는 대가로 강력한 긴축을 요구, 관철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채권단의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반대를 선택하고, 치프라스 정부가 부채 탕감 조건이 포함된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공’이 메르켈 총리에게 다시 넘어왔다.
WSJ는 투자분석가들의 예측을 근거로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대해 강경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독일 의회에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독일 내 여론도 메르켈 총리의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 도이치은행도 이날 그리스 사태의 전개 방향을 예측한 보고서에서 채권단의 추가 금융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한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그리스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6일 즉각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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