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험자산을 회피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금 등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협상 진행 여부와 경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유럽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bp(1bp=0.01%포인트) 떨어진(국채값 상승) 연 2.28%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의 독일과 호주 국채 금리도 전 거래일 대비 5~13bp 떨어졌다.
파드라익 가비 ING 전략가는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협상 속도와 내용에 따라 변동 폭은 달라질 수 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수요를 감안할 때 독일과 미 국채 금리는 급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주춤하던 금값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국민투표 여파로 이탈 ??등 일부 국가가 유럽연합(EU)과 약속한 개혁 조치를 완화하거나 거부하기 위해 유로존 탈퇴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런 우려로 독일 등 유로존 중심국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 간 국채 금리(10년 만기 기준) 차이는 200bp까지 벌어졌다.
그렉시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우려에 유로화 가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한때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급락한 유로당 1.09달러로 주저앉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렉시트가 실제 이뤄지면 글로벌 투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런 불안감 때문에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해 파급 효과를 줄이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신흥국 화폐가치도 타격을 입었다. 이날 달러화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2005년 달러페그제(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킨 제도) 폐지 이후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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