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한일 수소차 전쟁…일본에 밀리는 이유

입력 2015-07-07 09:31  

도요타 미라이 잘 나가는데 현대차 투싼ix는 '주춤'
일본 정부, 수소사회 로드맵 마련…보조금, 충전소 지원




[ 김근희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수소연료전지차(FCV) 성적은 극과 극이다.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계약대수가 1500건이 넘었다. 도요타는 내년까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차의 성적은 초라하다. 2013년 출시된 이후 2년 동안 고작 273대 출고됐다.

현대차가 도요타에 앞서 수소차를 개발 해놓고도 뒤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히사시 나카이 도요타자동차 기술홍보부 부장은 "일본 정부는 '수소사회'라는 국가적 방향을 제시하고 수소사회 실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미라이 출시에 맞춰 수소차 보조금, 수소 충전소 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수소차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제4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수소사회 실현'을 선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6월에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공개했다. 수소차 1대당 최대 202만엔(약 1856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올해 수소차 보급에만 400억엔(367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수소 충전소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100개소, 2025년 1000개소를 설치한다.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2030년 이후에는 5000개소를 세울 예정이다. 충전소 1대 당 설치비(5억엔·약 46억원)의 절반 가량인 2억8000만엔(약 2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월 5680건의 수소연료전지 관련 특허를 다른 업체들과 무상으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수소차 개발을 위해 BMW와 합작투자를 진행 중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인 혼다도 올해 안에 수소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이 무서운 속도로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모습은 정반대다. 우리나라에는 전반적인 로드맵이 없다. 수소 충전소 수도 부족하다. 국내에는 수소 충전소 17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2곳은 폐기됐고 6곳은 운영 중지 상태다. 그마저도 연구용으로 일반 소비자는 수소 충전을 할 수 없다. 지난해 35억원이었던 수소차 관련 예산은 올해 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수소차 인프라, 보급을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1월말 현대차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주광역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이곳에서 수소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육성한다. 현대차는 수소차 관련 특허를 협력사에 공개했다. 그러나 기업이 혼자 시장을 키우고 인프라를 보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 정부가 어떻게 막대한 세금을 수소차에 투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사시 부장은 "일본 정부는 당장의 지출보다는 미래에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사회 설립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도 지금이 아닌 미래를 봐야 한다. 이미 기술은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했다.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은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대 엔진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있다. 수소차에 대한 로드맵을 지금부터라도 그려야 한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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