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의 넷 세상)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이용자들은 '기사 어뷰징'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 어뷰징이란 "언론사가 포털의 검색엔진의 특성을 활용하여 자사의 기사 홈페이지로 이용자 유입을 증대하기 위한 기사 작성과 전송행위 일체"를 뜻합니다.
언론사들의 기사 어뷰징 행위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까요? 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에 '어뷰징'과 관련된 설명이 등록된 날짜는 2007년 9월27일입니다. 네이버는 2006년 12월1일, 다음은 2007년 4월6일 아웃링크(outlink)를 도입했는데요. 아웃링크 시행 이후 폐해가 잇따르자 용어사전에 추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웃링크는 이용자가 포털사이트 내부가 아니라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온라인 뉴스 유통시장에서 네이버 영향력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언론사 기사가 네이버에 노출되면 유입되는 트래픽은 그야말로 '쓰나미'가 따로없었습니다. 광고매출을 더 늘리기 위해 언론사들이 너도나도 기사 어뷰징에 손을 댔던 겁니다. 포털사이트 뉴스 정책 변화가 언론사 기사 어뷰징을 확산시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기사 어뷰징은 연예, 스포츠 뉴스에 한정되지 않고 정 ? 사회, 경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보도는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기사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어뷰징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적인 사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키워드를 반복하거나 나열하는 것 외에도 '엎어치기'란 신종 방식이 나왔는데요. '엎어치기'란 처음으로 포털에 송고된 기사보다 앞선 시점의 기사를 새로운 제목과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이렇게 '엎어치기'된 기사는 뉴스 검색 최상위 단에 배열될 수 있는데요. 특정 키워드로 작성된 원본 기사 또는 최초 보도에 가중치를 주는 포털의 알고리즘 때문입니다.
석사 학위논문 '포털 뉴스서비스에서의 기사 어뷰징 사례와 전문가 인식 연구'를 통해 신종 어뷰징 사례를 최초로 제기한 이현재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 차장은 "언론사, 포털사이트, 정부 등 시장 이해 관계자들 간 투명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차장은 "기사 어뷰징은 단지 언론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논문에 응답한 전문가들 역시 "기사 어뷰징은 언론사의 경영 위기로부터 시작하며 이는 신뢰의 위기를 가져오고 결국 언론위기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는데요. 우선 언론사 스스로 어뷰징이 곧 자신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 / 디지털전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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