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안도 '改惡' 비판 일어
식약처 허가받은 새 의료기기
1년간 판매할 수 있게 유예
기술평가 탈락땐 판매 금지
혜택 받으려면 임상시험 필수
관련비용 최소 5억원 필요
업계 "새로운 진입장벽 생겨"
[ 조미현 기자 ] 의료기기 분야의 대표적 중복 규제인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오히려 ‘개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 동안 유예하는 내용의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2013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에서 대표적인 중복 규제로 꼽힌 제도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외에 복지부의 안전성과 효능 검사를 또 거쳐야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안과용 레이저 기기를 개발한 A사의 경우 2013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2년째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이중규제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1년 유예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꼼수 개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 1년 유예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1년 동안 한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단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1년 뒤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한 B기업은 이전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할 때까지 판매할 수 없었지만 개정안 이후에는 일단 1년간은 판매가 가능하다. 문제는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에 최소 280일이 걸린다. A기업이 2년째 통과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업계 우려처럼 시장에 혼란을 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한적 규제 완화에 대해 복지부는 공적보험을 운영하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라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판매 조건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평가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식약처와 같은 허가당국의 판매허가를 받으면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다. 이후 평가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원 여부와 수준을 결정한다.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선진국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 제도 “임상비용 더 들어”
그나마 1년간 판매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의료기술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추가로 해야 한다.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임상시험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의료기기법은 성형용 필러 등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인체에 위험이 큰 3, 4등급 의료기기와 달리 유해성 영향이 낮은 1, 2등급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은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규제 완화 혜택을 받으려는 모든 의료기기에 대해 임상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근경색 관련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임상 논문을 마련하는 데 최소 5억원이 든다”며 “자금력이 취약한 의료기기 기업이 대부분인데 고작 1년 동안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따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식약처도 복지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는 기간에 모든 의료기기에 대해 판매를 허용’하고 ‘평가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비급여로 판매’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낼 예정이다.
■ 新의료기술평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받은 의료기기를 활용한 기술에 대해 안전성, 효과, 임상 결과 등을 평가하는 과정. 최소 280일동안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과 달리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받지 않는 ‘비급여’로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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