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인 소쇄원에 이런 일이?

입력 2015-07-09 17:28   수정 2015-07-14 10:04

<p>[기자수첩=QOMPASS뉴스 백승준 기자] 2015년 6월22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성당에 드론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성당 관리인은 드론을 조종한 세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p>

<p>경찰은 이들이 CJ E&M측 용역직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재산손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벌였다. CJ E&M측은 자신들의 과실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만 했다.</p>

<p>2015년 7월2일. 전라남도 담양군 소쇄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만 사후 조치는 크게 달랐다.</p>

<p>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배우 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 주연의 <설련화> 드라마 촬영이 소쇄원에서 있었다. 하지만 이날 촬영현장의 모습은 아름다운 드라마 화면과는 사뭇 달랐다.</p>

<p>조선중기 송순, 임억령, 김인후, 김윤제, 고경명, 정철 등이 교우하며 호남 사림의 문화를 꽃피웠던 정자 '광풍각'위에는 드라마 촬영장비와 소품 등이 뒤엉켜 널부러져 있었다.</p>

<p>사랑방 방문도 무단으로 열린 채, 광풍각 마루에는 촬영스텝들이 자기집 안방처럼 누워 쉬고 있었다.</p>

<p>소쇄원 진입도로 일부가 훼손되고, 미술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소품 등이 담장과 정원 곳곳에 뿌려졌는가 하면, 크레인 등이 동원돼 일부 식물 등이 훼손되었다.</p>

<p>이를 보다 참지못한 소쇄공 양산보의 15대 종손, 양재혁씨가 항의를 했다.</p>

▲ 쪽잠을 자는 드라마 촬영팀
▲ 훼손된 '소쇄원' 진입로
▲ 드라마 촬영때 미술효과를 위해 사용된 소품이 치워지지 않았다.
<p>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은 오히려, 양재혁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수갑까지 채워 연행하였고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야 조사가 끝났다며 풀어주었다. </p>

<p>해당 촬영은 사전에 담양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소쇄원을 관리 감독하는 담양군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소쇄원을 관리하는 양재혁씨에게도 통보하지 않은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p>

<p>조선시대 최고의 민간정원인 '소쇄원'은 광주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해외 선수단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한국 전통문화의 체험장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p>

<p>'소쇄원'을 만든 양산보 선생은 다음과 같은 유훈을 남겼다고 한다.</p>

<p>"어느 언덕이나 골짜기를 막론하고 나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이 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양도하지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 것이며, 후손 어느 한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라."</p>

<p>양산보 선생이 자신의 정원이 이렇게 몰상식한 후손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보았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p>

<p>양재혁 원장은 말한다.</p>

<p>"무분별한 개방으로 '소쇄원'이 이처럼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휴식년 또는 제한된 한시적 개방이 필요하다."</p>

<p>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재 관리를 두고 이탈리아 밀라노 사람들과 한국 담양 사람들의 대처방식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p>

<p>소중한 문화재일수록 아끼고 사랑해주는 마음이 우선일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조상을 대하는 '자세'이다.</p>



백승준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sjpaik@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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