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중국 수요 위축 우려…WTI 1.3% 내려 51.65弗
구리값 6년 만에 최저 수준…블룸버그상품지수 1년래 최저
중국 의존도 높은 미국 기업 '촉각'
[ 김은정 기자 ]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글로벌 원자재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원자재시장 ‘큰손’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중국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요 원자재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이 증시거품 붕괴 공포에 휩싸이면서 발 빠른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불안정한 중국 금융시장이 원자재시장 위기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中에 발목 잡힌 국제유가
국제유가는 최근 한 주 동안 10% 가까이 하락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최근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0.68달러(1.30%) 하락한 배럴당 51.6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원유 재고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발표된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원유 수요 증가 隙?절반을 차지한 최대 수입국이다.
시장조사업체 클리퍼데이터의 매트 스미스 원자재 담당 이사는 “지난 3개월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유가가 다시 50달러 초반으로 떨어졌다”며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미국계 투자은행(IB) 인터내셔널FC스톤의 에드워드 마이어 전략가는 “중국 증시의 확대된 변동성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져 위험자산으로 구분되는 원자재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증시에서 3주 만에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11년치에 달하는 시가총액(2조8000억달러·약 3140조원)이 증발했다”며 “증시 급락은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져 실제 소비가 줄어드는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달 들어 중국 유명백화점 방문객 수와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을 근거로 들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중국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구리 박사’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이날 파운드당 2.49달러에 거래됐다.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 구리 수요의 40%는 중국에서 나온다. 원유와 구리 등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지수로 산출한 블룸버그상품지수는 이날 97.84로 1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비상등 켜진 美 기업
미국 기업들도 불안한 중국 증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기업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미국 기업과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투자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2% 가까이 떨어진 것도 중국 증시의 거품 붕괴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최근의 시장 동요로 중국의 경제개혁 의지가 후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진 중국 증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연쇄작용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러시아와 남미 국가의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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