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장점을 적절히 수용하되 바탕은 유지하는 게 리더의 원천

입력 2015-07-10 07:00  

경영학 카페

'안 웃기는·어색한 형돈'
잘 웃기는 동료 따라하기보단
자신 만의 색깔 유지하며 적재적소에 특기 활용
오히려 시청자 사랑 받아



기업은 훌륭한 리더를 키우고 싶어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외부의 교육기관에 보내 리더십을 배우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효과는 미미하다. 리더십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리더십 교육은 성공한 리더의 공통된 특징을 정리해 가르친다. 리더십 교육에 많이 등장한 리더로는 잭 웰치, 빌 게이츠, A G 래플리, 스티브 잡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다양한 스킬을 리더십 교육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런데 그 스킬을 실제 업무에서 적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연예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보자.

10년 전 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 30대 남자의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도전을 그리는 형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초창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10년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자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막?성장했다. 바로 ‘무한도전’이다. 초창기에 참여한 정형돈은 당시 최고로 잘나가는 개그맨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그만두고 예능 프로그램 도전에 나섰다. 그에게 ‘무한도전’은 정말 무한 도전이었다. 분명 개그맨 출신인데, ‘무한도전’에서 그가 얻은 캐릭터는 바로 재미없는 개그맨이었다. ‘안 웃기는 형돈’ ‘어색한 형돈’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형돈’ 등의 별명을 얻으며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 됐다.

코미디언에게 웃기지 못한다는 말은 심각한 모욕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남길 만한 말이다. 그런데 그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로 이용한 것이다. 그가 전혀 눈에 띄지 않던 자리에서 리더의 위치까지 오른 성공의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그의 성공은 누군가를 따라 해서 이룬 것이 아니다.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은 정형돈이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면서 경직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캐릭터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긴장감에 경직된 모습이 카메라에 비쳐졌고, 이런 모습이 한동안 지속되자 아예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이면서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연민을 느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공감했을 것이다.

둘째, 그는 당대 최고의 예능 MC와 같이 활동하면서 다양한 스킬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배운 스킬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과 함께 출연하는 그는 강호동이 사용하는 출연자를 윽박지르는 것을 배웠다. 다만 琉?통해 캐릭터의 특징을 끌어내는 재주를 부린 것이다. 축구편에 출연한 안정환을 계속 무시하고 윽박지르면서 안정환의 승부욕을 돋웠다. 이처럼 강호동의 특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그는 축구선수 안정환을 예능인물로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셋째, 그에게서는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드러난다. 그것이 그를 리더의 자리로 이끌고 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에서 그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1일 디제이를 맡았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방송 기술을 익혀 시청자도 라디오 관계자도 놀라게 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래서 리더십을 배운다면 이 연예인의 이야기에서 나온 교훈들을 새겨두어야 한다. 먼저 남들의 스킬을 배우느라 자기 자신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바탕에 두었을 때 기술의 진수를 깨닫게 되고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스킬을 익힐 때는 기교보다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파악하라. 남들이 쓰는 스킬은 각자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것을 사용해서 성공한 것이다. 그런 상황이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드러난 스킬만 배워서는 오히려 실수하기 쉽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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