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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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시각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지요. 그러면 이제 깨끗한 수돗물, 전구와 레이저 뒤에 감춰진 혁신의 역사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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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처리법 덕분에 등장 ‘비키니 수영복’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어서 흔히 간과하는 기적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끔찍하 鍍?1870년대에는 수도꼭지를 틀면 죽은 물고기가 빠져나오곤 했습니다.
우리는 수돗물을 마시고 콜레라에 걸려 48시간 후에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지요. 하지만 과거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50년간 이어진 혁신과 숨은 영웅들 덕분에 바뀔 수 있었죠. 식수에서 세균을 박멸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의 의사 존 릴이었습니다. 수돗물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던 릴은 대담한 모험을 했습니다. 비밀리에 급수장에 염소를 투입한 것입니다.
이 일로 존 릴은 법정에 서야 했지만 실험 성공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염소처리법 덕분에 대중목욕탕과 수영장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공공 수영장이 생겨나면서 여성들이 점차 몸을 노출하는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고 마침내 비키니 수영복이 등장했습니다. 염소처리법이 뜻밖에도 비키니의 등장까지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전구 사용으로 8시간 수면 습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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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온 세상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죠. 가로등도 없고, 손전등도 없고, 백열전구나 형광등도 없었습니다. 벽난로에서 깜빡이는 불빛과 양초가 전부였지요. 그런 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조명이 흔해지기 전에는 수면 방식도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첫 번째 잠’에 들었다가 네다섯 시간쯤 수면을 취한 뒤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온 후 모닥불 가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네 시간 동안 ‘두 번째 잠’을 잤지요.
이처럼 나눠서 잠을 자는 방식은 2000년 가까이 지속됐습니다. 한 번에 몰아서 자는 수면 습관은 인공조명의 대중화 이후에 생겨났지요. 조명이 대중화되면서 일몰 후에 할 수 있는 근대식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극장과 식당, 공장의 노동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 우리가 일하고 수면을 취하는 방식 등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깨진 셈이죠.
대형마트, ‘레이저 기술’ 덕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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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가 처음으로 중요하게 사용된 곳은 계산대였습니다. 1970년대에 바코드 스캐너가 등장한 것이죠. 1978년 말에는 1%의 상점에만 바코드 스캐너가 있었던 것이 요즘에는 우리가 구입하는 거의 모든 상품에 바코드가 부착돼 있지요.
시간이 지나 바코드가 보편화되자 생산성이 커졌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대형 상점 ?소규모 상점보다 훨씬 큰 혜택을 누렸지요. 바코드와 스캐너가 도입되면서 대형 상점에서 재고 품목을 유지하는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바코드 스캐너 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소매점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재고관리가 자동화되면서 상점이 대형화됐기 때문이죠. 바코드 스캐닝이 없었다면 큰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점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를테면 레이저 광선이 구멍가게를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지요. 레이저 덕분에 대형 할인점이 성장했고 또 그로 인해 동네 상점들은 완전히 소멸했지요.
예측할 수 없는 역사를 따라가는 즐거움
우리는 먼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생각에서 비롯한 온갖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발명가와 개혁가들, 그저 취미로 발명에 빠진 사람들이 인공조명과 깨끗한 물을 만들었던 덕분에 지금 우리가 그 발명품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주변의 사물이 새롭게 보일 겁니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사물들이 있기까지 무수한 사람의 노력에 감사하게 되지요. 혁신적인 발명이 우리 사회에 변화를 끌어온 역사를 살핌으로써 지식과 사고력 또한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추경아 한경BP 편집자 c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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