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MO사무총장 배출, 해양강국 도약 첫걸음

입력 2015-07-10 20:52  

"造船역량 선두, 세계 5위 해운강국
IMO 수장 당선으로 자긍심 돋워
바다 통한 성장 노하우 나눌 때"

유기준 < 해양수산부 장관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또 다른 국제기구 수장을 배출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해양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수장 자리를 그냥 둘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고 등으로 실추된 해운 관련 종사자의 자부심 회복은 물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해양산업의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지난 3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간 IMO 이사국으로서 축적한 노하우와 해양엑스포를 유치한 경험, 국제 사회에서도 통하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한국인 후보인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전문성과 역량도 크게 작용했다. 30여년간 해양항만분야 외길을 걸어온 임 사장은 IMO 외교단장과 협약준수전문위원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IMO 기여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수부는 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했고, 외교부에서도 외교적 지원과 지지 교섭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의원연맹은 40개 이사국과 공관에 지지를 요청했으며, 해군도 중남미 주요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희망의 등대가 보이지 않는 거친 항해였으나,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때 칠레, 페루 등 IMO 이사국을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전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세를 몰아 주한 외국공관 등 투표권을 가진 모든 이사국에 대한 방문 교섭을 한 끝에 지난달 30일 IMO 사무총장을 배출해 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1차 투표에서 덴마크 후보에 밀려 2위였던 임 후보가 2차 투표부터 1위로 나섰고, 4차까지 덴마크와 접전을 펼치다 5차 투표에서 탈락 후보들의 표를 대거 흡수하며 26표를 득표, 당선되는 역전극을 만들었다.

해수부가 상처만 남을 수도 있는 모험과 같은 이 도전에 나선 것은 IMO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IMO는 한국 10대 외화 가득 산업 중 5위와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박 및 해운과 관련된 국제기준을 제정하는 등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60년대 초 70달러 수준에 그쳤던 국민총소득(GNI)이 지금의 3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까지 한국 경제는 해양수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 선박에 취업해 모진 고난을 뚫고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이를 토대로 국가 경제의 발전은 물론 해양수산업에서도 세계 5위의 해운선대, 세계 13위의 수산물 생산국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조선산업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항만산업도 세계 5위를 수성하고 있다. 우리는 부모세대부터 맨손으로도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탔막?가난을 극복해 왔으며 세계 여러 개발도상국에도 국가 발전의 모범이 돼 왔다. 바다에서도 이런 불굴의 정신과 저력을 세계에 보여 준 것이다.

이제는 유엔 수장과 유엔 전문기구 수장을 배출한 국가의 품격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 유엔이 추구하는 세계 평화, 공영을 위해 바다를 통해 이룩한 우리의 성장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해야 한다. 여수엑스포 때 국제 사회에 약속했듯이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해 있는 바다와 관련한 문제들의 해결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 해양수산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으며, 초일류 해양강국으로의 제2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해양수산인을 비롯한 국민 모두와 함께 IMO 사무총장 진출을 축하하며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써내려갈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할 것이다.

유기준 < 해양수산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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