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이겨낸 발트 2國 "연금도 그리스가 2~3배"
[ 임근호 기자 ]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에 새 협상안을 제시하고, 3차 구제금융이 거론되자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상대적 빈국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리스보다 가난한 자신들이 왜 그리스를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의 1인당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33유로(약 104만원)인 데 비해 라트비아는 293유로, 리투아니아는 242유로에 불과하다”며 “이들 국가에서 왜 그리스를 도와야 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를 겪었지만 강도 높은 긴축으로 상황을 극복해 그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라트비아 연금 생활자 밀다는 가디언에 “그리스는 따뜻해 난방비도 덜 들고 과일 채소 가격도 쌀 것”이라며 “왜 1주일에 120유로로 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 영업 중단으로 주당 인출 한도가 120유로로 제한되자 그리스 연금 생활자들이 절망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야니스 레이르스 라트비아 재무장관은 “라트비아 사람들은 그리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부채가 급증해 재정위기에 처하자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렸다. 그 여파로 그해 GDP는 14.2% 급감하고, 실업률은 20%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살아나 2011년 5.0%, 2012년 4.8% 성장했다.
리투아니아 역시 재정안정을 위한 가혹한 긴축으로 2009년 한 해 GDP가 14.8% 줄었지만 2011년엔 6.1%, 2012년엔 3.8% 증가했다. 발렌티나스 마주로니스 리투아니아 노동당 대표는 “그리스가 개혁에 진짜 착수하기 이전에는 단 한 푼도 줘서는 안 된다”며 “추가 지원은 그리스가 또 다른 말장난을 하지 않고 진짜 조치를 취할 때만 승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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