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
올 77% 줄어…유가하락 직격탄
조선 '빅3' 매출 절반이상 차지
조선사들 고부가 선박 집중 공략
"믿을 것은 기술 개발 뿐"
[ 도병욱 기자 ] 지난 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울 여의도 1.5배 크기인 400만㎡에 이르는 조선소의 도크와 안벽(선박접안시설)에는 총 33척의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 불리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도 있었다. 1기의 규모가 축구장 네 배 크기인 길이 336m, 폭 59m에 이른다. 여기에서 작업하는 인력만 2000명이나 됐다.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는 FPSO를 포함해 모두 15기에 이른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10기로 줄어든다. 그 이후에는 더 줄어든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11년에는 옥포조선소에서 해양플랜트 20기가 동시에 건조됐다”며 “최근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해 인력을 선박 쪽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해양플랜트…“고용절 ?우려”
해양플랜트는 한국 조선업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다. 한때 전체 조선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2012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빅3’는 일본 중국을 따돌리고 해양플랜트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변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은 20만GT(총톤수·선박의 총 무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급감했다. 올 들어 국내 조선업체는 단 2건의 해양플랜트 사업만 수주했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침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 15조1594억원 중 해양플랜트 매출은 68.5%인 10조3783억원이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없으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 상선 한 척에는 규모에 따라 100~200명이 동시에 투입돼 건조 작업을 하지만, 해양플랜트의 경우 최대 2000명이 필요하다. 해양플랜트 비중이 줄어들수록 조선소 근무 인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2개 회사에서만 3년내 1만5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거제시 인구(약 25만명)의 5%가 넘는 숫자다.
◆“위기 타개책은 기술력뿐”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선 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주를 늘렸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전 세계 발주량 64척 가운데 35척을 수주했다. 독자개발한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FGSS)와 부분재액화장치(PRS) 등의 기술을 앞세운 결과다. 권오익 선박기본설계팀장(상무)은 “이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유조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량을 늘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 바리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한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2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급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을 따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한국이 조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아직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및 일본과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력 개발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거제=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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