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그리스 사태도 한몫
글로벌 투자금 서서히 이탈
[ 김은정 기자 ] 신흥국의 대표적 투자 유망처로 꼽히던 멕시코가 흔들리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멕시코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던 기관투자가들은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15.76페소 안팎에서 움직였다. 1993년 통화재평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페소화 가치는 22% 급락했다. 지난 5월 말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 넘게 가치가 떨어졌다.
페소화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올해 후반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처음 올리고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투자금이 신흥국을 빠져나가 미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인 페소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공급 과잉 우려로 작년 6월부터 가파르게 하락한 유가도 원유 수출국인 멕시코에 타격을 주고 있다. 구제금융을 둘러싼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 협상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페소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소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거래가 많아 글로벌 투자자의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사용됐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글로벌 투자자가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페소화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은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17페소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멕시코 국채 매도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0년 만기 멕시코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최고 수준인 연 6.03%(10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올초만 해도 멕시코는 경제구조 개혁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 등으로 최고의 신흥국 투자처로 꼽혔지만 이젠 잇단 악재와 확대된 환율 변동성으로 일각에서 외환위기설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물가가 안정적이고 미국 국채에 비해 절대 수익률이 높은 멕시코 국채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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