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 걸린 은행 합병,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입력 2015-07-13 20:41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대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어제 전격 합의했다. 통합의 걸림돌이던 노조와의 갈등이 해소돼 오는 9월 통합 하나은행이 출범한다. 통합 은행 상호에 ‘외환’ 또는 ‘KEB’를 넣고 고용보장, 근로조건 유지 등을 합의했다고 한다. 두 은행의 통합은 하나금융이 통합을 추진한 지 1년 만이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산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5년이 걸렸다.

통합 하나은행은 총자산 339조원으로 국내 1위로 올라선다. 9년 만에 대형 통합은행이 등장해 은행권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국내 은행산업이 왜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초저금리 등 대내외 악재 속에 은행 수익성이 뚝 떨어졌는데 노조는 대안 없이 버티고, 금융당국은 시시콜콜 간섭하고, 정치권까지 기웃거리며 문제를 복잡하게 키운 것이다.

통합이 늦어질수록 합병 시너지 효과는 희석된다.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합병 지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금융당국이란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12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개입해 내놓은 5년간 독립경영이란 소위 ‘2·17 합의서’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역대 금융위원장들은 틈만 나면 ‘노사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어 노조 동의가 없으면 인가도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식甄?노조는 강경해지고 합의가 될 것도 안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올초 법원은 기이한 논리로 통합논의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또다시 몇달을 허송케 했다. 최근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합병 결정은 경영권에 속한다고 판결했음에도 또 노조 합의 운운했던 금융위다.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합병의 유무형 효과는 사라져 가는데도 그저 잡음만 없으면 그만이란 식이다. 그동안의 비용과 비효율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자율 합병조차 이토록 힘든데 무슨 금융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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