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우상화 방식 탈피" 분석도
[ 김대훈 기자 ] 북한 매체가 최근 방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영상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父子)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김 부자’ 우상화 방식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모란봉악단의 2012년, 2013년 공연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생전 모습을 담은 배경 화면을 내보냈지만, 지난 4월30일 훈련일꾼대회 공연에선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가사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북한 TV가 내보낸 영상에서 모란봉악단은 20여곡을 공연했다. 하지만 이 중 ‘김 부자’를 직접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의 노래는 한 곡도 없었다. 공연장 배경 화면에서도 김일성 동상만 한 차례 등장했을 뿐 생전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정 대변인은 “북한은 주로 가사 내용에 따라 뒷배경을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이 직접 창설을 지시한 북한 예술집단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집권 4년차를 맞아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기존 우상화 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1일 燭?문을 연 순안국제공항에도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체육관과 기념시설 등 대형 건축물에 김 부자 초상을 빠짐없이 걸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현지 시찰 등 외부 행사에서 김 부자가 새겨져 있는 뱃지를 달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 있다.
한 탈북자는 “일반인이 뱃지를 달지 않으면 학교와 공장에서 조직된 규찰대에 적발되고, 비판서를 쓰거나 일일 강제 노동을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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