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고육지책'…대기업 예금 줄이는 은행

입력 2015-07-1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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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계속 떨어지며
예금 규모 큰 대기업에
이자 지급하기 어려워

기업 예금, 지난해 말 비해
10조가량 줄어 … 309조원
가계예금은 17조원 증가



[ 박신영 기자 ] 농협은행의 대기업 예금 잔액은 올 들어 약 7조원 줄었다. 수시입출금식예금과 정기예금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은행 대출과 예금 잔액은 경제가 성장하면 조금씩 늘어난다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은행들이 대기업 자금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기업 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계속 떨어져 은행으로서는 대기업이 맡긴 예금을 운용해 이자를 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예금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예금 10조원 넘게 줄어

이 같은 분위기는 농협은행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정기예금은 작년 말 9조447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조5873억원으로 86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순이자마진(NIM)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서 대부분 나오는데, 저금리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대기업 예금을 ヅ灌諛?받으면 지급해야 할 이자 규모가 커져 NIM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올해는 대기업 예금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자는 전략을 세웠다”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말 약 267조원이던 국내 기업예금 잔액은 2014년 말 321조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 5월 말엔 약 309조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가계예금은 작년 말 약 530조원에서 5월 말 약 547조원으로 17조원가량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보다 개인, 그중에서도 이자 지급 부담이 덜한 수시입출금식 계좌를 중심으로 영업한 결과다.

○기업 ‘역꺾기’에 꿈쩍 안 하기도

은행들이 대기업 예금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기업의 자금운용 담당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은행들이 대기업 예금 받기를 꺼린 적이 없지 않았지만, 거래 기업이 여신을 다른 은행으로 옮겨 거래를 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직접적으로 예금을 거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덜 우량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여신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출환어음 물량을 몰아줄 테니 예금을 받으라고 요구하며 ‘역꺾기’를 해봤지만 은행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은행들도 더 이상 대기업 눈치를 볼 수 없는 ‘마지노선’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선 기업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영업부와 예금 등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자금부 간 의견 충돌과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업부는 우량 기업을 확보하려면 역마진을 보더라도 예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금부는 운용 여력이 없다며 예금 유치에 반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등으로 하반기 경기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기업예금을 받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자금부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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