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출신 황영기 "삼성물산 사태, 대기업 향한 시장 '경고'"

입력 2015-07-16 16:21   수정 2015-07-16 18:18

[ 권민경 기자 ] 삼성물산 도와 헤지펀드 막아야…단 교훈 필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에 대해 시장이 대기업에 주는 '경고'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합병 자체는 이루어지는게 맞지만 이번 일을 통해 대기업들이 부당한 경영권 승계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장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분율이 떨어진 재벌 회사를 헤지펀드가 공격해서 무너지면 다른 기업들은 투자, 성장, 고용 대신 지배력 강화에 총력을 쏟으려고 할 것"이라며 "일단 삼성을 도와서 헤지펀드 공격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그러나 이번 삼성물산 사태를 두고 대기업들이 교훈으로 삼지 못한다면 이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대기업에게는 중요한 경고의 메시지가 갔다"며 "이는 부당하게 경영권 승계를 한 것에 대해 시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서도 외국인이나 소액주주들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가 기업들에 아주 분명하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諭蓚宕湧?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주 친화적인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판단이다. 소액주주나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 정책, 주주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황 회장은 "대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될 정도로 형편없다"며 "장부가치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주주들이 불만이 많다는 것이고 청산하는 게 낫다는 얘기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합병이 될 것으로 본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합병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합병 비율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정서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물산 출신 임원과 식사를 했는데, 그 사람조차 합병 비율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이는 삼성물산 주가가 나빴던 것에 대한 불만이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합병에 성공하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엘리엇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투자가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국민연금에 따르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안건을) 부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한 게 소송 대상이 된다고 협박성 편지도 왔다고 한다"며 "앞으로 엘리엇이 이런저런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황 회장은 삼성물산 사태로 인해 차등의결권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확충 요구가 커진 것과 관련해서는 "차등의결권도 필요하다"며 "공론의 장에서 토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1975년 삼복갱遠막?입사해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과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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