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7일 '운명의 주총']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기업의 장기이익 해치고 국가경제에도 해악 끼쳐"

입력 2015-07-16 18:11  

행동주의 헤지펀드 또 비판

월가 투자자들 "단기차익 노리는 엘리엇…내심 합병 통과 바랄 것"



[ 이심기 기자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 회장(사진)이 행동주의 투자자를 또다시 비판했다.

핑크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투자콘퍼런스에 참석해 “단기투자를 일삼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기업에 자사주 매입을 강요하고 있다”며 “기업의 장기 이익에 반하는 이런 조치들이 미국의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핑크 회장의 비판은 이날 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한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애플의 주식을 매입한 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압박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핑크 회장은 지난 4월에도 S&P500지수에 속하는 대기업 상장사 CEO들에게 편지를 보내 행동주의자들의 요구에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많은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 때문에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고배당 등 단기성과주의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장기성장에 필요한 투자와 혁신을 희생시켜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해악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해서도 단기 투자수익 확대를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일 뿐, 기업지배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가에서 활동 중인 한 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도 다르다”며 “기업지배구조의 약점을 파고들어 투자수익을 올린 뒤 1년 남짓 기간에 주식을 되팔고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운용자산 27조원(약 250억달러)의 약 5%에 해당하는 1조원가량을 삼성물산 한 종목에 ‘올인’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1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헤지펀드 관계자는 “엘리엇은 내심 합병결의가 통과되기를 바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엘리엇이 주식 매입 이후 오른 주가의 차익실현을 위한 출구전략을 단기간 내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이미 삼성 측이 주주친화 경영을 약속했다는 명분을 확보한 만큼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한 엘리엇은 합병 후 통합법인을 통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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