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땐 新사업 탄력…지배구조도 단순화
시장은 합병 성사에 '베팅'…참석률이 변수
[ 남윤선/윤정현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삼성물산의 국내외 영업망에 제일모직의 바이오산업 등을 얹어 미래 먹거리를 찾고 거미줄처럼 얽힌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화하겠다는 의도다.
두 가지 모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의 이런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은 성장성 높은 바이오사업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합병 무산되면 삼성 ‘치명타’
삼성물산 주총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주총 안건은 크게 △제일모직과 합병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 △주총에서 중간배당 결정이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 등 세 가지다. 합병 안건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나머지 두 안건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했다.
이 중 핵심은 합병 안건이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물산은 성장성이 떨어지는 건설과 상사부문 외에 바이오로 대표되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 그룹 내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가량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과 합병에 성공하면 이 지분이 51%(통합 삼성물산 기준)로 높아진다.
제일모직도 삼성물산이 오랜 기간 쌓아온 해외 영업망을 통해 바이오와 패션사업 등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삼성이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으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을 내세운 이유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통해 지난해 34조원가량인 매출(통합 기준)을 2020년 6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해진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에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앞으로는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통해 제조업 계열사를, 삼성생명을 통해 금융 계열사를 각각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된다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커진다.
합병이 무산된다면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엘리엇과 지루한 공방전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합병이 무산되면 앞으로 30년간 엘리엇 같은 세력에 시달릴지도 모른다”며 “헤지펀드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적은 삼성전자 경영에 관여하려고 할 경우 삼성그룹 전반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 항고심서도 삼성 손 들어
주총 판세는 현재 삼성이 유리하지만 마지막까지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합병은 주총 특별안건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총 출석률이 70%라면 46.7%, 80%라면 53.3%, 90%라면 6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은 현재 삼성 특수관계인과 KCC, 국민연금을 합쳐 약 42%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16일에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유리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들이 잇따라 찬성 의사를 밝혔다. 소액주주 표심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합병 성사에 ‘베팅’하고 있다. 이날 제일모직 주가는 5.72% 오른 19만4000원, 삼성물산 주가는 3.43% 오른 6만9300원에 각각 마감했다. 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 성공시 통합 삼성물산 주가는 9만원대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반면 합병 부결시 합병발표 이전 주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과 엘리엇 간 법정 공방도 모두 삼성의 승리로 결론났다. 법원은 이날 엘리엇이 낸 ‘주총 소집 및 합병 결의 금지’ 항고심과 ‘삼성물산이 KCC에 넘긴 자사주 의결권 금지’ 항고심에서 모두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남윤선/윤정현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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