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제헌절

입력 2015-07-16 20:4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세계 최초로 근대적 성문헌법을 제정한 미국의 제헌절은 9월17일이다. 1787년 필라델피아 헌법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법정 공휴일로 대접한다.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는 가장 가까운 평일을 택해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특별대우까지 한다.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지위를 헌법에 부여한 것이다.

일본은 현재의 ‘일본국 헌법’(이른바 평화헌법)을 제정한 5월3일을 헌법기념일로 정해 쉬고, 이를 공포한 11월3일도 ‘문화의 날’이라 하여 별도 공휴일로 지정했다. 대만은 제헌절과 성탄절이 겹쳐 더 떠들썩하게 쉰다. 1946년 12월25일 입법원에서 ‘중화민국 헌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덴마크(6월5일), 스웨덴(6월6일), 노르웨이(5월17일) 등 대부분의 국가가 헌법기념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1993년 12월12일 새 헌법을 제정했으나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공휴일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는 좀 특이한 경우다.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 공포 이후 2007년까지는 5대 국경일의 하나로 법정 공휴일 대접을 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쉬지 않는 국경일’로 지위를 助틂뻔홱?

왜 그랬을까. 당시 정부는 주 40시간 근무제에 따라 공휴일을 축소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집권자의 독선적인 법의식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놈의 헌법”이라는 막말을 내뱉는 바람에 헌법 비하 논란이 거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헌절의 위상이 격하되고,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무휴 국경일’이라는 희한한 형태로 격하됐으니 말이 나올 법도 하다. 2013년 한글날이 공휴일로 복귀한 상태에서도 제헌절은 여전히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제헌절을 7월17일로 잡은 것은 이날이 조선의 건국일이어서 역사와의 연속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을 뿌리로 삼았으니까 연원이 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헌법의 가치는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가. 얼마 전엔 집권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대들면서 ‘헌법 1조 1항’을 들먹이기도 했다.

그나마 제헌절 바로 알기 행사와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는 곳이 하나둘 늘어 다행이다. 태극기 게양 인증샷을 제시하면 영화티켓과 극장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서울 강남구, 스마트폰 이어폰 연결 부위에 ‘태극기 이어캡’ 달기 운동을 펼치는 강원 홍천 사람들의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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