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포럼 출범] "중국, 무서운 추격…한국 수출산업 경쟁우위 길어야 5년 정도"

입력 2015-07-16 21:18  

한경 후원 한·중·일 수출경쟁력 세미나

한국, TV·통신기기 점유율 2년내 30% 하락
新사업 찾기보다 기존사업 업그레이드 필요
창의적 사업 막는 정부 규제 완화해야



[ 김태완/도병욱 기자 ] 한국 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에서 중국의 잠재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수출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라디오, 통신기기 부품 등의 분야에서는 2년 내 시장점유율이 30% 정도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각종 시장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깔아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산업경쟁력포럼(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16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산업경쟁력포럼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발족한 포럼으로 110여명이 참여했다.

◆“일본처럼 차별화된 기술 개발해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중·일 수출경쟁력 변화와 대응책’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전기전자 등에 몰려 있어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며 “이 분야가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2005~2011년 중국의 수출 잠재력이 높은 품목에서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그렇지 않은 부문보다 21% 정도 떨어졌다. 예를 들면 이 기간에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18% 상승했지만 일반선박 부문은 2% 하락했다. 그는 “중국의 잠재력이 높은 TV와 라디오 방송기기, 통신기기 부품 등 분야에서는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7년에 지난해보다 30%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위기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일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수출시장에서 한국에 밀렸지만 특수산업용 기계, 금속공작용 기계, 자동차, 사진장치, 광학용품 등 핵심적이고 고급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도 후발국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중국보다 잘하던 산업 분야 대부분은 이미 잠식당했다”며 “나머지도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5년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전자 철강 석유화학은 중국이 다 따라왔고 자동차도 거의 따라왔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에 파는 물건 대부분은 중간재와 자본재지만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며 “소비재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분야의 에틸렌은 한국의 주요 중국 수출품목이지만 중국이 에틸렌 공장을 지으면서 팔기 어려워졌다고 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설화수 같은 브랜드 상품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했다.

◆“경쟁력 있는 분야 부가가치 높여야”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새 사업을 찾기보다는 기존 사업에서 업그레이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섬유 화학 경공업 기계 전자 등의 주도권을 순차적으로 신흥국에 넘겨주고 부품 소재 등 새로운 분야를 육성하는 산업 정책을 채택했으나 실패한 반면 자동차는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혁신을 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실기업은 있지만 부실산업은 없다”며 “해당 산업 내에서 고부가가치 세부 산업을 찾아 기술 경쟁력을 쌓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도 “우리 산업계가 너무 새로운 분야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글이 자유롭게 무인자동차 시장이나 의약산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 로드맵을 만드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기업이 창의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플랫폼을 까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완/도병욱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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