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요금이 싼 순위를 살펴봐도 한국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8~19위였다. 정작 비싼 국가는 일본, 칠레, 헝가리 등이었다. OECD 분석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국은 이동통신 요금이 특별히 비싸다고 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요금 비교는 작년 9월 기준으로, 이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기 전이다. 밖에서는 싸다고 하는데 안에서는 늘 비싸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통신사를 찍어누르기 식으로 요금인하를 압박하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국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착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 궁금증을 풀려면 먼저 요금 자체가 정말 비싸서 그런지, 아니면 소비행태 탓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단말기 비용과 순수 통신요금의 구분,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서비스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제대로 고려됐는지, 또 통신서비스를 펑펑 쓴 결과 ‘폭탄’ 맞은 통신비를 두고 비싼 요금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모두 가계통신비로 뭉뚱그려 비싸니 어쩌니 하는 건 처음부터 잘못된 논란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지금도 가계통신비 부담이 높다며 통신요금 인하를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 태세다. 요금의 비교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과 뭐가 다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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