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 … 정국 파장 예상

입력 2015-07-19 08:41  


현직 국정원 직원이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대해 "내국인에 대해 (해킹)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낮 12시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임모 씨(45·국정원 직원)가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발견 당시 임씨는 운전석에 앉아 숨져 있었으며, 조수석 앞과 뒷좌석에는 다 탄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조수석에서는 A4 용지 크기의 노트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각 장마다 가족, 부모, 직장에 하고 싶은 말이 쓰여 있으며, 최근 논란이 불거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었다.

임씨는 유서에서 '해킹'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은 채 "열심히 일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안타깝다. 내국인에 대해 하지 않았다"고 써 국정원 민간인 해킹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당국자는 "유서 내용에는 최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 '국정원은 내국인을 해킹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정원도 유서 내용을 입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들이 유서 공개를 극구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유서내용이 공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임씨의 유족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오전 5시 밖으로 나간 임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수색을 벌이던 중 낮 12시께 숨진 임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이 유서 내용이나 빈소 위치 등의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헌신적으로 일하던 직원이 희생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망자가 해킹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의거,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국정원은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과 관련, 야당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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