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젊은이여, 농업·농촌서 미래를 보라

입력 2015-07-19 20:37  

"청년층 유턴 뚜렷해진 농업 취업
아이디어 살릴 창업기회도 많아
농촌 활력이 곧 삶의 질 높이는 것"

이정환 <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전 농촌경제연구원장 >



한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비(非)농업부문이 매년 10%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그렇게 긴 기간 지속한 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고, 그 결과 고도성장기의 절정이었던 1980년대에는 비농업부문 고용이 연간 70만명 이상 늘어났다. 요즘 연간 고용증가가 30만명을 넘기 힘들어 청년 일자리 문제가 최대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1980년대 당시 20대였던 젊은이들, 지금의 50~60대 세대는 행운아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비농업부문의 폭발적 고용증가는 농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비농업부문은 속성상 젊은 인력만을 빨아들였고 자연히 농업부문에는 나이 든 인력만 남게 돼 최근에는 농업취업자의 60%가 60세를 넘을 만큼 고령화됐다. 농업인력의 고령화 현상은 모든 선진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유례없이 높았기 때문에 농업인력의 고령화 속도도 그매?빠르고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1980년에 72만명이던 20대 농업취업자가 2008년에는 2만명에 불과해 20대 총취업자의 0.6%에 지나지 않았고, 결국 현재의 60대가 은퇴할 시점이면 농업인력이 완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축산농가는 비교적 부농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후계자가 없는 농가가 전체의 70~90%나 돼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소비자와 도시민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것임에 틀림없다. 농산물과 농촌공간은 공산품과 달리 그 나라 생활문화의 기초가 되는 것이어서 수입품으로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런 경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한우와 수입 소고기의 가격은 두세 배 이상 차이가 나고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라야 잘 팔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산물과 어우러진 농촌공간에 대한 도시민의 욕구 역시 어떤 수입품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산천어 축제에 수백만명이 몰리고 캠핑열기가 전국을 휩쓰는 것은 그런 잠재수요가 분출한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갈돼 가는 젊은 농업인력을 되살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할 과제다. 다행히 1990년에 20대였던 농업취업자, 그리고 2000년부터는 30~40대에서도 이농을 멈췄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유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20대 젊은이들의 농업 취업이 늘어나 2008년에 2만명이던 20대 농업취업자가 최근에는 3만5000명으로 늘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비농업부문의 저성장이 고착화함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이런 흐름을 추동하?위한 노력이 매우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그런 노력은 농업과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취업·창업의 기회도 제공한다. 더욱이 지금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개성과 아이디어를 살릴 기회가 늘고 있고, 농사짓는 인력만이 아니라 사업기획, 디자인, 마케팅, 맛집, 복지 서비스 등 다양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이므로 여러 능력과 경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특성을 살려 일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보라. 선진국들이 농업정책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듯이, 젊은이들이 농업과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고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자.

이정환 <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전 농촌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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