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경비원이라도 만나라" 영업 독려
대손비용 대폭 감소…퇴직연금 유치도 급증
[ 박신영 기자 ] “남들 안 하는 영업실험을 하면서 많이 떨렸지만, 그래도 ‘이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최근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 치킨 6000마리를 배달시켰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0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9억원 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이행보증과 부동산 금융 부실로 줄곧 고전했던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손익목표(2900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김 행장은 지난 17일 열린 2015년 상반기 경영성과 분석 및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실적 보고를 받은 뒤 “어려운 여건에서 이처럼 노력해 준 데 대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부실대출부터 줄여라
김 행장은 19일 전화 통화에서 “정말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대출모집인 의존도를 낮 煞?기업예금을 줄이며 영업점장들의 현장 방문을 독려한 것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전례 없는 영업실험이 성공한 것 같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취임한 그가 영업실험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대출 비중을 30% 이하로 낮출 것을 지시하면서다. 그는 “대출모집인들은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부실 자산이라도 무조건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이 직접 영업에 나서야 우량 고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점장들이 거래 기업을 매달 1회 이상 방문한 뒤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김 행장은 “반드시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라는 얘기가 아니었다”며 “경비원이라도 만나서 거래 기업의 현황을 살피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영업점장들이 거래 기업을 방문하다 보니 경영 현황을 꿰뚫게 돼 부실 대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 행장은 부실대출에 따른 대손비용이 지난해 대비 2460억원 줄어든 것은 이 두 가지 실험이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최우선 목표는 수익성
농협은행은 최근 기업예금을 줄이고 있다. 기업예금은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7조원 이상 축소됐다.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 자산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155조원가량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내려앉으면서 다른 은행들이 이를 기회 삼아 대출자산을 급격하게 불리는 가운데서도 농협은행 홀로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등 하반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자산을 늘리기보다 비용을 줄여 수익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자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억원 늘어난 2조685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로 이자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 다른 은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영업점장들의 잦은 현장 방문은 퇴직연금 유치 증가라는 예상 밖의 효과를 거뒀다. 6월 말 퇴직연금(5조8000억원)은 지난해 말 대비 43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비이자 이익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말보다 599억원 늘어난 1402억원을 찍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2015 대한민국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평가대상...종합대상 'NH투자증권'
[이슈] 40호가 창 보면서 거래하는 기술 특허출원! 수익확률 대폭상승!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