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농협은행…상반기 실적 초과 달성

입력 2015-07-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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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행장 '영업 실험' 성공…이자이익도 337억 증가

"지점장, 경비원이라도 만나라" 영업 독려
대손비용 대폭 감소…퇴직연금 유치도 급증



[ 박신영 기자 ] “남들 안 하는 영업실험을 하면서 많이 떨렸지만, 그래도 ‘이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최근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 치킨 6000마리를 배달시켰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0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9억원 늘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이행보증과 부동산 금융 부실로 줄곧 고전했던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손익목표(2900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김 행장은 지난 17일 열린 2015년 상반기 경영성과 분석 및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실적 보고를 받은 뒤 “어려운 여건에서 이처럼 노력해 준 데 대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부실대출부터 줄여라

김 행장은 19일 전화 통화에서 “정말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대출모집인 의존도를 낮煞?기업예금을 줄이며 영업점장들의 현장 방문을 독려한 것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전례 없는 영업실험이 성공한 것 같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취임한 그가 영업실험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대출 비중을 30% 이하로 낮출 것을 지시하면서다. 그는 “대출모집인들은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부실 자산이라도 무조건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이 직접 영업에 나서야 우량 고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점장들이 거래 기업을 매달 1회 이상 방문한 뒤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김 행장은 “반드시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라는 얘기가 아니었다”며 “경비원이라도 만나서 거래 기업의 현황을 살피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영업점장들이 거래 기업을 방문하다 보니 경영 현황을 꿰뚫게 돼 부실 대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 행장은 부실대출에 따른 대손비용이 지난해 대비 2460억원 줄어든 것은 이 두 가지 실험이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최우선 목표는 수익성

농협은행은 최근 기업예금을 줄이고 있다. 기업예금은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7조원 이상 축소됐다.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 자산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155조원가량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내려앉으면서 다른 은행들이 이를 기회 삼아 대출자산을 급격하게 불리는 가운데서도 농협은행 홀로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등 하반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자산을 늘리기보다 비용을 줄여 수익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자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억원 늘어난 2조685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로 이자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 다른 은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영업점장들의 잦은 현장 방문은 퇴직연금 유치 증가라는 예상 밖의 효과를 거뒀다. 6월 말 퇴직연금(5조8000억원)은 지난해 말 대비 43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비이자 이익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말보다 599억원 늘어난 1402억원을 찍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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