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이하 실적전망 밝은 기업이 흥행 주도
이 기사는 06월26일(04: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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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반영하는 회사채 청약(수요예측) 경쟁률이 투자자들의 참여 부진으로 1년 반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75%→1.50%)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우려가 가시지 않은 탓이다. 채권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진 취약업종 기업들은 이자를 높게 제시함으로써 관심을 끌어보려 하지만 실적 전망에 따라 흥행이 엇갈리고 있다.
◆2013년 말 이후 최저
26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달(발행일 기준) 국내에서 총 3조76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했고, 총 5조7020억원치 기관투자가 자금이 청약에 참여했다.
단순경쟁률은 1.52 대 1이다. 동양 사태 여파로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었던 2013년 12월의 0.76 대 1 이후 월간 최저다.
2012년 4월부터 시행된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은 지속적인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 기대로 작년 10월 역대 최고인 3.27 대 1까지 상승했다. 이후 2 대 1 수준에서 한동안 횡보하다가 지난 4월 중순 미국 등 선진국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들어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컸고 분기말 수요 위축 효과까지 가세해 이달 수요예측 참여 열기가 크게 낮아졌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국고채 장기물 공급증가 우려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엔저와 유가 급락으로 수출이나 정유·화학업종 신용이 나빠진 것도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가격 거품’ 우려를 키웠다. 신용등급 ‘AA’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지난 4월17일 역대 최저인 연 1.89%까지 떨어졌다가 20거래일만에 2.18%까지 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2.0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적전망 따라 희비
금리변동성이 컸던 지난 4월 이후로 회사채 발행시장은 신용등급이 A급 이하면서 실적 전망이 밝은 기업들의 채권이 그나마 인기를 끌었다. AA급 우량 회사채에 비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경기 침체에도 안심하고 투자할 만한 종목들이다.
‘허니버터칩’ 인기에 힘입은 해태제과(신용등급 A-)가 6.75배 수요를 모아 2분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노스페이스’ 의류판매업체 영원무역(A+, 5.4배), 롯데그룹 계열로 옮겨탄 현대로지스틱스(BBB+, 5.37배) 등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발행금리가 예상치(희망공모금리 하단)보다 무려 2.35%포인트나 낮아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됐다.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효성(A)과 실적개선 기대감이 큰 한미약품(A) 채권에도 두 배 넘는 수요가 몰렸다.
반면 한양(BBB+)과 한솔아트원제지(BBB+) 등 다수의 BBB급 회사채와 BNK금융지주 조건부자본증권(AA-) 등은 모집금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14년만에 회사채 발행을 시도한 현대미포조선(A+)도 2000억원 모집에 200억원어치 수요만 참여했다. 높은 발행금리 제시에도 불구하고 업황 악화로 관심을 끌지 못한 탓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약업종 기업들의 경우 희망공모금리를 상당히 높게 제시하고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의 선별적인 관심으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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